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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23. 2019

전동보장구

스쿠터는 보장구인가

오랜만에 주민센터에 가보았다.

센터의 건물이며 시설이 여간 깔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민들에 대한 복지 지원이 어찌나 풍부한지 놀랄 정도다.

가히 선진국이라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말만큼은 부족한 점이 있다.

휠체어나 스쿠터를 타고 주민센터를 찾은 사람들을 위해 급속충전기를 설치해 놓았다.

자주 전기를 보충해주어야 하는 사람들로서는 매우 요긴하게 충전기를 이용할 것이다.


그런데 안내문의 '전동보장구'에서 의아함을 느낀다.

보장구?

무슨 뜻이지 싶다.


국어사전에는 '보장구'를 '장애인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기구'라 뜻풀이해 놓았다.

한자로는 保障具라 해 놓았다.

그래서 '보장구'라는 단어가 있기는 있구나 하고 인정한다.

국어사전에 있으니까.


그러나 난 살아오면서 '보장구'란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오늘 주민센터에서 처음 보았다.


더욱이 '전동휠체어'는 보장구의 범주에 들겠지만 '스쿠터'가 보장구인가?

스쿠터는 장애인들이 타는 기구인가?

아니어 보인다.

스쿠터는 비장애인, 특히 날렵한 젊은이들이 주로 타는 거 아닌가.


 그럼 도대체 '전동보장구'란 말을 주민센터에서는 어떻게 해서 쓰게 되었을까 싶어 법을 살펴보았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1조에 '보장구'란 말이 쓰이고 있었다.


제51조(장애인에 대한 특례) ① 공단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인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는 보장구(補裝具)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65조에도 '보장구'란 말이 있다.


제65조(장애인보조기구) ①"장애인보조기구"란 장애인이 장애의 예방ㆍ보완과 기능 향상을 위하여 사용하는 의지(義肢)ㆍ보조기 및 그 밖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보장구와 일상생활의 편의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말한다.


흥미롭다.

국어사전의 '보장구'는 保障具인데 국민건강보험법과 장애인복지법에 나오는 '보장구'는補裝이어서다.

어느 쪽을 따라야 하나.

무엇이 맞나.


保障이 맞는지 補裝이 맞는지를 논하고 싶지 않다.

그 어느 쪽이든간에 '보장구'는 낯선 말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법에서야 마땅한 말이 없어서 '보장구'를 썼을지 모르겠으나 주민센터 안내판에서까지 생소한 말을 써야 하나.


'전동기구'나 '전동기기'면 충분하지 않나.

말은 소통을 위해 필요한데 소통되지 않는 말을 쓰니 의아하다.

법에 있는 말이라고 무턱대고 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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