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이 탁월한 산
호암산은 관악산의 서쪽 끝에 있는 해발 393m의 산으로 정상은 서울시 금천구, 관악구, 안양시의 경계가 맞닿아 있다. 호암산의 동쪽에 삼성산(481m)이 있고 그 너머에 관악산(632m)이 있다. 워낙 유명한 관악산과 연결되어 있어 관악산으로 알기 쉽지만 호암산은 별개의 산이다. 호암산 서쪽 기슭에 조선 초기에 세워진 호압사가 있다.
호암산에는 크게 두 개의 길이 있다. 능선길과 둘레길이 그것이다. 남서쪽의 석수역에서 시작되어 호암산까지 이르는 능선길과 그 아래로 산자락에 나 있는 둘레길은 고도의 차이를 둔 채 거의 평행을 이룬다. 석수역에서 호압사까지의 둘레길은 호압사 산책길로 일컬어지는데 길이 3.7km로 서울둘레길 5코스의 일부이다. 이 구간에 호암산폭포, 칼바위, 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 등이 있다. 석수역에서 가까운 등산로 초입에 호암산숲길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능선길은 호암산숲길공원에서 출발할 경우 처음에는 꽤 가파른 길을 오르다가 능선에 오르면 곧 폭이 넓어지고 경사가 완만해진다. 능선에서 북쪽으로 향하면서 호암산성, 신랑각시바위, 헬기장, 제2우물지, 불영암, 한우물(제1우물지), 석구상 등을 지나게 된다. 신랑각시바위가 보이는 조망대에서는 서쪽으로 금천구 시흥동 일대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좀 더 올라가면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삼성산 쪽의 울창한 수림이 발 아래 펼쳐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더 멀리로는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도 눈에 들어오고 남쪽 산기슭에는 경인교대 캠퍼스가 자리한다.
불영암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도 훌륭하다. 관악산 위를 지나 착륙을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들이 자주 상공을 지나고 저 멀리 아스라이 김포공항의 두 개의 활주로가 보인다. 구름산, 도덕산, 소래산, 계양산 등이 보임은 물론이다. 또 불영암에서는 시흥계곡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있다.
불영암을 지나 능선길을 좀 더 가면 갈래길이 나타난다. 호압사로 내려가는 길, 호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삼성산과 관악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호암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쉽게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바위가 많은 경사진 지대여서 딱 하나의 길이 있지 않고 경사 지대 전체가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 올라가면 헬기장이 나타나고 바로 이어서 태극기가 펄럭이는데 민주동산국기대라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전망대가 있다. 호암산 정상이다.
호암산 정상에서는 남쪽 방향은 안 보이고 북쪽, 동쪽, 서쪽은 전망이 탁 트여 있다. 전망이 참으로 장관이다. 멀리 보이는 북한산이 낮게 보이는 것은 호암산이 꽤나 높다는 뜻일 것이다. 해발 800m대의 북한산이 낮게 보이니 더 가까이 있는 남산이 아주 낮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보라매공원 옆의 국사봉은 한참 아래로 보인다. 바로 산 아래로 삼성동 방향으로 뻗은 산자락은 숲이 대단히 울창하다. 저 멀리 산자락 끝에 잔디 깔린 운동장이 보이는데 관악제2구민운동장이다.
호암산 정상에서 호압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처음에는 바윗길이 이어지다가 데크 계단길이 나온다. 물론 데크길 옆에는 원래 있었던 등산로가 남아 있어 그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리막을 다 내려오면 호압사이다. 호압사는 태조 이성계의 꿈에 호랑이 모습의 괴물이 나타났고 호랑이 기세를 누르기 위해 왕사 무학대사를 시켜 지었다고 한다. 유서 깊은 사찰이다.
호압사 옆으로 서울둘레길이 지난다. 남쪽으로 석수역 방향으로 호압사 산책길이 나 있고 첫 1km는 데크길인 호암늘솔길이다. 물론 데크길 옆으로 흙길도 나란히 있다. 호암늘솔길 일대는 대단히 넓은 휴식 공간이다. 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이 있고 그 안에 초화원, 생태연못, 잣나무약수터 등이 있다. 무엇보다 곳곳에 탁자가 마련되어 있어 앉아서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산림욕장이 끝날 즈음에 호암산폭포가 나타나고 그 위에 칼바퀴가 있다. 그 후로는 석수역 부근의 호암산숲길공원까지 오르락 내리락 둘레길이 이어진다. 호압사 북동쪽으로 서울둘레길은 이어져 천주교삼성산성지, 제2구민운동장, 보덕사를 거쳐 관악산 입구에 이른다. 한편 북서쪽으로는 독산동 방향의 목골산으로 길이 나 있다.
관악산 서쪽에 관악산 주봉 연주대만큼 높지는 않지만 조망이 빼어난 호암산이 있다. 호암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능선길은 여간 호젓하지 않다. 호암산과 삼성산 사이의 숲의 바다는 가히 장관이다. 한 곳에 머물며 힐링하고자 한다면 호압사 부근의 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을 권장한다. 호암산은 석수역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더 가깝게는 시흥동 여러 곳에서 오를 수 있다. 관악구의 난향동, 삼성동에서도 길이 있다. 호암산 곳곳에 약수터가 있다. 찬우물, 잣나무약수터 등이 대표적이다.
2021.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