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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태릉

by 김세중

태릉은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조선시대 왕릉으로 제11대 중종의 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능이다. 중종의 능은 강남의 선정릉에 있는 정릉인데 문정왕후의 능은 멀리 떨어져 있다. 태릉 부근에 문정왕후가 낳은 명종과 그 비인 인순왕후 심씨의 능인 강릉이 있어 태릉과 강릉을 아울러 태강릉이라고 한다. 태릉에는 능 입구에 조선왕릉전시관이 있다.


불암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태릉은 숲이 울창한 곳이다. 근처에 있는 강릉과는 연결되어 있다. 태릉과 강릉 사이에 태릉선수촌이 있지만 태릉선수촌 북쪽으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이 길은 연중 개방되어 있지는 않고 5월 16일부터 6월말, 10월과 11월 등 1년 중 석 달 반만 개방되어 있다. 숲길의 길이는 1.8km이다. 이 기간 외에는 태릉과 강릉을 각각 따로 가볼 수밖에 없다.


태릉은 강릉에 비해 경내가 굉장히 넓다. 그래서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크다. 태릉에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숲속 땅바닥에는 파란 이끼가 깔려 있어 운치를 보탠다. 이 숲속에 곤줄박이 같은 새들이 서식한다. 몸집이 작지만 태깔이 고운 새다. 임금이 아니라 왕비만 묻혀 있는 태릉이 이토록 규모가 웅장한 게 놀랍다.


태릉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강릉은 명종과 왕비 인순왕후의 능이 나란히 있다. 이곳은 입구에서 능에 이르는 길밖엔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물론 태릉과 연결된 산책로가 개방되는 기간에는 태릉까지 갈 수 있다. 강릉의 바로 동쪽 옆에 삼육대학교 캠퍼스가 있다. 서쪽에는 대한체육회의 태릉선수촌이 자리하고 있다. 충북 진천으로 국가대표 선수촌이 옮겨갔지만 일부 시설과 기관이 남아 있다.


남쪽 끝자락에 태릉이 있는 불암산에는 등산로가 있다. 남쪽의 산행 시작점은 원자력병원 교차로이고 입구의 현판에 공릉산백세문이라고 한자로 적혀 있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는 여러 이름이 붙어 있다. 불암산둘레길 하루길이라는 팻말도 있고 태릉백세길이라는 말도 사용되고 있다. 어떤 표지판에는 수락산.불암산 누리길이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등산로는 남쪽 입구에서부터 한동안 서울둘레길 1코스와 겹친다. 불암산갈림길에서 서울둘레길은 산허리로 난 길로 빠지고 불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능선을 향한다.


불암산 능선길에서는 서쪽으로는 중계동, 동쪽으로는 남양주시 별내면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계속 북쪽으로 가면 불암산 정상에 이른다. 불암산을 지나면 수락산으로 길은 이어진다. 불암산 능선길에서는 서쪽으로 북한산과 그 아래 수유동, 미아동 등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별내의 아파트촌이 보인다. 이는 능선길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경이다.


태릉 부근에는 '경춘선숲길'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옛 철길이 산책로로 바뀌어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는다. 월계성원아파트에서 담터고개 부근까지로 길이가 6.3km나 된다. 열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는 폐선이지만 레일이 길바닥에 박혀 있다. 경춘선숲길 중간에 있는 화랑대철도공원은 야간에 화려한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노원구에서는 이를 '노원불빛정원'이라 명명했다. 서울의 새로운 명소다. 태릉이 우거진 송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면 건너편의 노원불빛정원은 현대문명의 총아를 보여준다. 지하철6호선 화랑대역, 6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태릉입구역이 부근에 있다. 경춘선 갈매역이 강릉 부근에 있다.

2021.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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