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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속리산

남한의 중앙에 있는 산

by 김세중

속리산은 남한의 중앙에 있는 산이다.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위치한다. 산에 오르는 길도 서쪽의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쪽에서 오르는 길과 동쪽의 상주시 화북면에서 오르는 길로 크게 나뉜다. 속리산에 높은 봉우리가 여럿 있지만 해발 1,058m인 천왕봉과 해발 1,054m인 문장대가 대표적이다.


문장대나 천왕봉에 오르면 사방이 온통 산이다. 북쪽으로 백악산, 동쪽으로 청화산, 도장산, 두루봉, 남쪽으로 구병산 등 첩첩으로 산이 펼쳐져 있다. 서쪽으로는 골짜기 아래로 법주사가 있다. 북쪽의 문장대와 남쪽의 천왕봉 사이에 뾰족한 바위들이 줄지어 있으니 청법대, 경업대, 입석대, 비로봉 등이 그것들이다.


높이는 천왕봉이 문장대보다 살짝 더 높으나 전망을 즐기기는 문장대가 낫다. 문장대 정상은 널찍해서 사방을 조망하기에 그저 그만이다. 이곳에 서면 마치 에베레스트에나 오른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만큼 장엄한 광경에 압도된다. 문장대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저 멀리 아스라이 천왕봉이 보이고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 등산로가 나 있다. 두 시간 가량 걸린다.


속리산을 오른다고 하면 문장대나 천왕봉 어느 한 곳만 올랐다 내려올 수도 있고 두 곳을 다 갔다가 올 수도 있다. 또 법주사쪽에서 오를 수도 있고 반대편의 상주시 화북면에서 오를 수도 있다. 법주사쪽에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화유산이 그득한 법주사를 둘러볼 수도 있고 세조길이라는 아늑한 길도 걸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조길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가 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까지 와서 지났다는 길이다. 법주사 부근을 지나 계곡을 따라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복천암까지 길이 이어진다. 세조길 도중에 큰 저수지가 있다. 이곳에는 피라미와 갈겨니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수없이 많이 살고 있다. 고요한 저수지 주변을 거닐어 보는 것도 운치 있다.


속리산에는 법주사라는 유명한 고찰이 있지만 산속 깊숙한 곳에 상환암, 상고암 같은 절도 있다. 속리산에는 산중에 몇 개의 석문이 있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등산로가 지나가기에 석문이라 한다. 속리산에 여러 희귀 동식물이 서식한다. 필자는 산속에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산닭을 보았다. 꿩도 아니고 닭도 물론 아니다.


문장대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기나긴 능선길에는 대나무와 비슷한 종류의 나무 숲이 군데군데 우거져 있어 마치 정글을 지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곳곳에 서어나무가 있다. 소나무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있다. 속리산면 도로변의 정이품송은 수백 년 된 소나무로 유명하다.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에 걸쳐 있는 속리산은 그야말로 속세와 떨어진 산이다. 가장 가까운 도회지라 해야 보은읍이다. 좀 더 먼 곳에 청주시와 상주시, 괴산읍 등이 있다. 깊고 깊은 산중에 들어가 문장대나 천왕봉에 올라 일망무제와 같이 펼쳐진 산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감회는 특별하다. 법주사에서 인간의 역사에 감탄하고 문장대, 천왕봉에서 자연에 압도당한다.

202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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