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은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의정부시 장암동과 송산동, 산곡동, 남양주시 별내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정상은 해발 638m이다. 주된 산줄기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다시 능선에서 동서로 여러 개의 줄기가 뻗어 있다. 북쪽에는 도정봉(526m)이 솟아 있고 남쪽에는 도솔봉(540m)이 있다. 수락산의 남쪽에는 불암산이 있다.
수락산 한가운데에 정상이 있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참으로 많다. 노원구에서 설치한 안내판에만 9개의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다. 남양주에서 설치한 안내판에는 수락산 동쪽 별내면 쪽에서 4개의 코스가 있다고 되어 있다. 의정부에서도 장암동, 동막골, 만가대 등 여러 곳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안내판에 표시되지 않은 등산로도 꽤 있으므로 수십 개의 등산로가 있는 셈이다. 그만큼 수락산은 골도 많고 능선도 많다.
수락산은 기기묘묘한 바위가 많기로 유명하다. 정상도 바위로 되어 있지만 정상 남쪽으로 철모처럼 생긴 철모바위, 배낭처럼 생긴 배낭바위, 영락없이 코끼리가 앉아 있는 듯한 코끼리바위, 사찰의 종과 흡사한 종바위, 하강바위, 치마바위 등 바위 구경이 볼만하다. 정상 북쪽에는 일명 홈통바위인 기차바위가 있다. 기차 레일처럼 가운데에 홈이 파진 이 거대한 바위는 줄이 설치돼 있어 이 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내릴 수 있다. 기차바위 동쪽에 이 바위를 우회하는 길이 있다.
바위가 많은 만큼 수락산에는 조망을 즐길 곳이 적지 않다. 정상은 물론 도정봉, 도솔봉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시원스럽다. 도정봉에서는 의정부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도솔봉에서는 불암산과 상계동 방향이 눈앞에 펼쳐진다. 철모바위, 배낭바위에서 서쪽으로 가파른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깔딱고개에 이르고 거기서 다시 얼마간 올라가면 매월정이 있다. 김시습의 호를 딴 매월정에서의 전망도 훌륭하다.
수락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남쪽의 4호선 종점인 당고개역에서 몇 개의 길이 있고 7호선 마들역, 수락산역에서도 여러 길이 있다. 흔히 이용되는 길은 수락산역에서 가까운 수락골과 노원골에서 오르는 길이다. 수락골에는 벽운계곡이 있다. 계곡을 따라 수락교, 장락교, 벽운교, 신선교 등이 차례로 있고 새광장에 이르면 갈래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깔딱고개에 이르고 오른쪽으로 가면 수락산 주능선으로 향한다. 이 길은 일명 김시습산길이다.
노원골에서 오르는 길은 천상병산길로도 불리는데 수락산디자인서울거리를 지나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 길에는 천상병 시인을 기리는 시설물이 있다. 천 시인은 이 지역에서 살았고 등산로 도중에 시인의 시가 여러 편 나무에 씌어져 있다. 노원골물소리쉼터를 지나면 광석약수터가 나오고 그곳에서 길은 오른쪽의 계곡길과 왼쪽의 능선길로 갈라지지만 두 길은 결국 도솔봉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만난다.
7호선 마들역에서 가까운 서울온곡초등학교 부근에서 오르는 길도 있다. 이 길에서는 아차산 일대 보루군의 하나인 수락산보루가 있다. 고구려의 보루인 이곳을 지나면 점점 경사가 높아지면서 귀임봉을 지나게 되고 계속 능선길을 오르면 도솔봉까지 이른다. 이 길은 줄곧 능선길이다.
수락산의 남쪽에 있는 당고개역 부근에서 오르는 길도 여럿이다. 신상계초등학교 옆에서 오르는 길, 학림사로 향하는 길은 능선길에 이르러 도솔봉 방향으로 향한다. 덕릉고개 부근 동막골에서 오르는 길도 있다. 도안사를 지나 곰바위를 거쳐 도솔봉에 이른다. 그 길 동쪽으로 도선사에서 오르는 길도 있고 더 동쪽으로는 불암산에서 연결되어 흥국사 옆을 지나 도솔봉으로 향하는 길도 있다.
수락산의 동쪽은 남양주시 별내면과 별내동이다. 별내면 청학리의 수락산유원지쪽에서 옥류폭포, 은류폭포, 금류폭포, 내원암을 거쳐 수락산 정상에 이르는 계곡길, 향로봉을 거치는 능선길, 남쪽으로 흥국사를 거쳐서 오르는 길 등이 있다.
수락산의 북쪽은 의정부시 장암동과 송산동, 산곡동이다. 수락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내려오다가 서쪽으로 계곡으로 빠지면 석림사와 노강서원을 지나고 곧 장암역에 이른다. 도정봉에서 능선을 따라 북서쪽으로 내려오면 동막골에 이르고 회룡역 부근에 다다른다. 도정봉에서 북동쪽 계곡길을 따라 내려오면 송산동 만가대이다. 도정봉에서 남동쪽으로 내려오면 의정부시 산곡동 흑석마을이다.
수락산은 이렇듯 많은 골짜기와 능선이 있고 곳곳에 등산로가 있다. 그만큼 수락산은 큰 산이다. 물론 하루에 이 많은 곳을 다 가볼 수는 없고 이 중에서 골라서 코스를 잡아야 한다. 다행히 수락산은 교통이 편리하다. 산의 남쪽과 서쪽에는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역들이 있고 북쪽의 만가대쪽으로 내려가면 만가대사거리에서 버스가 도봉산역으로 연결된다. 동쪽의 수락산유원지쪽에서도 버스를 타면 당고개역이 그리 멀지 않다.
수락산에는 학림사, 석림사, 도안사, 내원암, 흥국사, 염불사, 수림사, 용굴암 등 숱한 사찰이 있다. 또한 조선 전기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이 이곳에서 시를 읊어 그를 기린 매월정이 있고 조선 후기의 문신 박태보를 기린 노강서원이 석림사 아래에 있다. 현대의 시인 천상병 또한 이곳에 족적을 남겼다. 고구려 유적인 수락산보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수락산에는 희귀한 야생동물 또한 적지 않다. 삵이 있어 등산로에는 삵에 관한 안내판이 붙어 있다. 수락산에는 닭목 꿩과의 조류인 백한이 살고 있기도 하다. 색상과 자태가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유난히 까마귀가 많이 날아다닌다. 까마귀는 특히 수락산 북쪽 지역에 많다. 어느 산에서도 흔히 보는 소나무가 수락산에도 곳곳에 있다. 특히 높은 곳의 바위 가까이에 자라는 소나무는 기막힌 광경을 이뤄 감탄을 자아낸다.
수락산은 국립공원인 북한산과 도봉산에 비해 규모가 좀 작고 덜 알려진 편이지만 결코 범상하거나 만만한 산이 아니다. 능선과 골짜기가 참으로 다양하고 그래서 갈 데가 많다. 서울시 노원구, 의정부시, 남양주시가 다 수락산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벽운계곡, 청학동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그지없이 맑고 곳곳의 바위는 근사한 전망을 베푼다. 크고 넉넉한 수락산, 도무지 끝이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