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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북한산 탐방길 8

통일교육원 - 대동문 - 백운봉암문 - 영봉 - 육모정고개

by 김세중

북한산 동쪽 지역을 둘러보는 코스로 수유동에서 오르기 시작해 대동문, 용암문을 지나 백운봉암문에 이른 뒤 영봉을 거쳐 육모정고개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11km가량 되는 이 코스는 그리 험준한 구간은 없으면서 북한산의 절경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대신 길이가 꽤 길어 7시간 정도 잡는 것이 좋다. 반대 방향으로 산행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4.19민주묘지역에서 4.19로를 따라 끝까지 오면 통일연구원과 호텔아카데미하우스호텔이 나타나고 곧이어 아카데미탐방지원센터를 지나게 된다. 부근에 이준 열사, 신익희 선생 등의 묘소가 있다. 대동문을 향해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계곡을 만난다. 구천계곡이다. 처음에는 계곡이 등산로 오른쪽에 있다가 등산로가 계곡을 가로지르면서 계곡이 왼쪽에 있게 된다.


대동문에서 남쪽으로 가면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등으로 이어지고 북쪽으로 가면 용암문, 백운봉암문에 이르게 된다. 용암문쪽으로 가다가 산성 옆에 우뚝 선 누각을 볼 수 있다. 동장대다.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장대인데 2층 누각은 아주 위풍당당하다. 그곳에서 용암문까지는 산성 따라 난 길이어서 걷기가 수월한 편이다. 남쪽으로 보현봉, 문수봉과 의상능선의 봉우리들이 보이고 산허리에 휑하니 파인 행궁지가 보인다. 보현봉과 문수봉 사이 움푹 파진 곳에는 대남문이 눈에 띈다.


용암문을 지나면서부터 험로가 나타난다. 특히 노적봉 아래를 지나면서부터 암릉이 계속되는데 쇠봉을 잡고 바윗길을 힘겹게 올라야 하지만 펼쳐지는 전망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만경대 아래에서 노적봉은 한참 아래로 보이고 염초봉, 원효봉은 더 낮은 곳에 있다. 고개를 들면 백운대가 우뚝 서 있다. 보리사에서 대동사를 거쳐 백운봉암문으로 이르는 골은 울창한 수림 속에 있다. 이 모든 정경이 놀라운 입체감으로 펼쳐져 있다.


백운봉암문에서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백운대를 올라가봄직하다. 북한산 최고봉에서의 전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백운봉암문에서 영봉 가는 길은 외길이다. 백운산장과 인수대피소를 지나면 하루재에 이르는데 하루재에서 영봉 가는 오르막길을 타면 된다. 하루재에서 영봉까지는 200m로 꽤나 가파르다.


해발 604m의 영봉에서는 건너편으로 인수봉이 버티고 있고 백운대도 살짝 보인다. 영봉에서 북한산의 고봉들을 바라보는 느낌이 아주 색다르다. 부근으로 자리를 옮기면 이번에는 강북구, 노원구 일대가 발 아래 펼쳐져 있는데 이 또한 장관이다. 저 멀리 수락산과 불암산은 자그마해 보이고 북쪽으로는 도봉산의 오봉, 자운봉, 선인봉 등이 자리하고 있다.


영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외길로 육모정고개를 향해 북쪽으로 나 있다. 때로는 가파르게 때로는 평탄하게 길이 이어진다. 도중에 시원한 전망을 제공하는 널따란 바위가 있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도봉산 앞으로 북한산의 북쪽 능선인 상장능선이 놓여 있다. 육모정고개에서는 우이동고개로 내리막이 이어지고 용덕사를 지나면서 산행은 막을 내리게 된다.


영봉에서 육모정고개를 지나 우이동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북한산의 여러 탐방로 중에서 무척 조용한 편이다. 그러나 영봉 부근에서의 조망은 북한산의 다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도봉산과 북한산이 만나는 곳을 다른 어디에서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상장봉은 물론 오봉, 우이암 등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 그곳의 숲은 대단히 울창하다.

202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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