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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북한산 탐방길 10

밤골 - 숨은벽능선 - 백운대 - 소귀천계곡 - 우이동

by 김세중

북한산 북서쪽의 밤골에서 백운대를 오르는 길은 밤골계곡으로 가는 길과 숨은벽능선으로 가는 길 두 가지가 있다. 계곡으로 가면 계곡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반면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숨은벽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능선에서 기막힌 전망을 맞닥뜨릴 수 있다.


숨은벽능선으로 가는 길은 처음부터 능선은 아니다. 처음에는 숲속에 난 호젓한 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그러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평지는 보이지 않고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탁 트인 전망이 나타나는 것은 마당바위에 이르기 조금 전부터이다. 갑자기 숨은벽과 그 양쪽의 백운대와 인수봉이 보인다.


마당바위는 마당처럼 넓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 듯이 보인다. 과연 넓은 마당바위에서는 위로는 백운대, 인수봉이 북쪽으로는 상장능선이 펼쳐져 있다. 밤골계곡쪽은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여서 아찔한 느낌을 준다. 마당바위 아래쪽에 해골바위가 있다. 마치 해골처럼 보이는 바위다.


숨은벽은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있는 암릉으로 두 거대한 봉우리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숨은벽이라고 한다. 숨은벽은 숨은벽능선을 따라 올라가면서만 잘 보인다.


마당바위를 지나 계속 숨은벽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구멍바위를 만나게 된다. 바위와 바위 사이의 좁은 틈을 지나야 하므로 구멍바위보다는 틈새바위가 더 어울리는 이름이어 보인다. 바위 사이의 틈새를 요령껏 빠져나오면 바로 내리막이다. 밤골계곡으로 일단 내려간 뒤에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게 된다.


오르막길은 길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바위 조각들이 널려 있다. 그 험한 길을 오르다가 오른편에 샘터를 만날 수 있다.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샘터인데 해발 600m쯤 되는 곳에 위치한 이 샘의 물맛은 강렬하다. 기나긴 국자가 놓여 있어 물 마시기에 편하다. 샘터를 지나면 더욱 길은 가파르지만 결국은 고개에 이르게 된다. 고개를 넘자마자 백운산장 방향으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내리막길에서 줄곧 내려가면 백운산장이지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백운봉암문 방향이다. 백운대를 가고자 한다면 당연히 백운봉암문쪽으로 가는 게 빠르다. 백운봉암문까지 가지 않고 백운대로 오르는 길과 만나게 되고 거기서부터 백운대까지는 비록 힘들지만 아기자기한 코스이다.


백운대 정상은 비좁아 사진 찍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백운대 아래의 넓은 바위로 내려와도 인수봉은 물론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불암산이 다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남쪽으로는 바로 아래에 만경대가 지척에 있고 노적봉, 의상능선, 문수봉, 보현봉과 비봉능선 등 북한산의 웬만한 봉우리들이 다 눈에 들어온다. 너무 볼것이 많으니 쉽사리 자리를 뜨기가 어렵다.


백운대에서 내려와 하산하는 길은 참으로 다양하다. 동쪽은 우이동, 서쪽은 북한산성 입구쪽이고 남쪽은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까지 이어지는 북한산주능선이다. 곳곳에 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용암문을 지나고 대동문을 빠져나와 소귀천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여러 하산 코스 중 하나이다.


소귀천계곡은 진달래능선과 나란히 나 있는 길이다. 두 길은 우이천에서 만난다. 소귀천계곡을 내려오다가 몇 개의 약수터를 만난다. 첫 약수터는 용담수로 두 개의 파이프에서 계속 물이 펑펑 쏟아져 흘러나온다. 계곡 아래쪽에 있는 샘터들의 물보다 물맛이 확실히 좋아 보인다. 용담수는 말하자면 족보 있는 약수같다.


소귀천계곡은 아래로 내려올수록 활짝 꽃 핀 키 큰 나무들이 즐비하다. 벚나무, 목련 등이 대표적이다. 또 계곡을 내려오다 나뭇가지 사이로 이따금 도봉산의 자운봉, 선인봉이 눈에 들어온다. 소귀천계곡은 옥류교를 건너면서 우이천과 만난다. 그곳에서는 백운대, 만경대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한옥이 나타나는데 선운각이다. 이곳에서는 야외예식이 자주 열린다고 한다. 4월초 벚꽃이 한창일 때 이곳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선운각에서 더 아래로 내려오는 중에도 벚나무와 목련은 우거져 있다. 참 아름다운 골이다. 우이천을 따라 내려오다가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분소를 만나면서부터 상가가 시작되면서 속세로 돌아온 느낌이다.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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