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동쪽 지역은 숲이 대단히 울창하다. 화계사에서 출발해 삼성사를 거치고 범골과 칼바위능선을 지나 북한산 주능선에 이른 뒤 대동문에서 진달래능선을 타다가 운가사로 하산하는 코스는 그 울창한 숲을 실컷 볼 수 있는 코스다. 도중에 칼바위 정상에서 조망하는 북한산 동쪽 일대는 숲의 바다이다.
화계사에서 삼성사로 이르는 길은 두 갈래다. 화계사 아래 절 입구에서 올라가는 길과 화계사 안에서 오르는 길이 있어 둘 중 어떤 길로도 갈 수 있다. 삼성사 조금 못 미쳐서 빨래골에서 오는 포장도로를 만나는데 삼성사 아래에서 길은 좁아지면서 조금 가팔라진다. 도중에 '수심크럽'이라는 야외배드민턴장이 있고 번듯하게 지어진 범골화장실을 지난다.
곧이어 탐방로 오른쪽 위로 조금 떨어진 곳에 넓은 바위가 나타나면서 꽤나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주변 일대를 조망하면서 쉴만한 곳이다. 다시 칼바위능선으로 향하다 보면 범골약수터를 만난다. 파이프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약수터를 지나 꽤 가파른 곳을 조금 오르면 칼바위능선에 이른다.
칼바위능선은 평탄한 길과 오르막이 반복된다. 능선에서 얼마 가지 않아 오른쪽으로 냉골로 빠지는 길이 있다. 왼쪽으로는 정릉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칼바위능선을 오르다 만나는 봉우리가 해발 480m의 문필봉이다. 문필봉에서는 다시 내리막길이고 안부에 내려와서 본격적인 칼바위능선이 시작된다. 꽤나 가파르지만 그리 긴 편은 아니다. 부지런히 오르다 보면 칼바위 정상에 이른다.
칼바위 정상은 북한산의 여러 멋진 조망점 중 하나로서 손색이 없다. 비록 백운대나 문수봉만큼 높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는 정릉계곡과 구천계곡의 바다처럼 넓은 울창한 수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칼바위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고무바닥 길은 구천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북한산 주능선에 이르러 북한산성과 나란히 난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대동문에 이른다. 대동문을 빠져나와 진달래능선으로 내려오다가 얼마 가지 않아 운가사로 빠지는 길을 만나게 되고 또 얼마 가지 않아 수유분소로 가는 길과 아카데미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로 갈라진다. 왼쪽의 수유분소로 가는 길로 들어서야 운가사에 이른다. 표지판에 운가사가 보이지 않아 당황할 수 있는데 수유분소쪽이 운가사 방향이다.
운가사를 지나면 역사적 인물들의 묘가 곳곳에 있다. 오른쪽으로 이준 열사, 신익희 선생 묘가, 왼쪽으로 가인 김병로, 성재 이시영과 애국지사들의 묘역이 있다. 이어서 갑자기 계곡에 음식점 산장들이 나타나고 북한산국립공원 수유분소와 근현대사기념관이 있다. 나타나는 도로는 4.19로이고 이 길로 한참을 내려가면 국립4.19묘지이다. 경전철 4.19민주묘지역은 좀 더 아래쪽에 있다.
이 코스는 8km가 좀 못 되므로 북한산 탐방로 중 비교적 짧은 편이다. 4시간이면 충분하다. 범골에서도 꽤 전망 좋은 바위 언덕이 있지만 칼바위능선을 타고 칼바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참으로 시원스럽다. 이 코스는 물론 반대 방향으로 탐방할 수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칼바위를 지나면서 북한산 동쪽 지역 숲의 바다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