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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북한산 탐방길 13

우이령 입구 - 우이령 - 석굴암 - 교현리 (우이령길)

by 김세중

북한산과 도봉산 사이에 훌륭한 탐방로가 있다. 북한산둘레길 21개 구간 중 마지막인 21구간 우이령길이다.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를 잇는 길로 이 길의 서쪽이 북한산이고 동쪽이 도봉산이다.


우이령길은 1968년 1.21 사태 때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무장공비들이 서울로 들어올 때 이용했던 길로 그 후 출입이 통제되어 오다가 2009년 7월에야 개방되었다. 그러나 미리 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고 하루에 출입할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다. 수십 년 동안 막혀 있었고 지금도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다 보니 이 길은 숲이 빼곡하고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우이령길은 우이동계곡에서 교현리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교현리에서 우이동으로 넘어올 수도 있다. 우이동에서 우이동계곡을 따라 우이령으로 오르다 보면 도중에 계곡가로 음식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 거리를 전에는 우이동먹거리마을이라 했지만 지금은 우이령숲속문화마을이라 한다.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되기 전 풍치 지구에 음식점 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 거리가 끝나고 조금 위에 우리령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예약 확인을 하게 된다. QR코드를 기계에 갖다 대면 차단기가 열리고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탐방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고 평탄하다. 물론 차가 다니지는 않는다. 도중에 쉼터도 만나고 길 안쪽에 있는 명상공간 입구도 보인다. 명상공간은 예약 후에 이용 가능하다고 씌어 있다.


우이령으로 올라가는 길은 울창한 숲속에 나 있다. 오르막 왼쪽은 북한산 상장능선 방면으로 나무 사이로 능선이 조금씩 보이기도 한다. 숲이 어찌나 울창한지 마치 설악산에라도 온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오르막 오른쪽은 도봉산인데 우이암이 부근 어딘가에 있지만 경사가 가파른데다 숲이 우거져 보이지는 않는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우이령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15분 정도 걸으면 우이령에 닿는다. 우이령은 해발 327m로 그곳에 대전차방어벽이 있다. 유사시에 전차를 저지하는 시설물이다. 고개를 넘어서면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조금 아래에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있고 화장실이 있다.


계속 내리막을 걷다 보면 오봉 전망대를 만난다. 오봉이 아주 잘 보이는 곳이다. 서서히 물소리가 요란해진다. 도봉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다. 이 물소리는 교현탐방지원센터까지 계속 이어진다. 계곡이 탐방로와 나란히 있기 때문이다. 도중에 길 옆 계단 위로 식탁이 비치된 쉼터가 있다. 조금 더 내려오면 석굴암삼거리다.


오봉산석굴암은 삼거리에서 오봉 방향으로 꽤나 오르막을 올라야 이르는 절로 특히 절 가까이에 이르러서는 길이 매우 가팔라진다. 석굴암에는 석굴 안에 석조불좌상이 있다.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61호다. 오봉산 사면에 위치한 석굴암에서는 건너편으로 상장능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우이령길을 탐방한다면 석굴암에 다녀옴직하다. 이토록 조용한 절을 찾기 쉽지 않다.


석굴암삼거리에서 교현탐방지원센터까지도 내리막길로 계곡과 나란히 있다. 근처에 군훈련장이 있다. 우이령길은 도중에 다른 길이 없다. 오로지 석굴암까지 다녀오는 길만 있을 뿐이다. 비록 외길이지만 과거에 통제되었던 시절에 비하면 이 비경을 걸으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우이령 아래 우이동계곡쪽에는 오래 전부터 살아온 꿩들이 산다. 가끔 퍼덕거리며 날아올라 탐방객을 놀래키기도 한다.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우이령길을 탐방할 수 있음은 여간 다행이 아니다.

2021.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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