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사지킴터 - 황룡사지 - 구기터널 - 족두리봉 - 정진공원지킴터
북한산에는 남북으로 여러 능선이 달리고 있다. 제일 동쪽에 북한산의 주능선이 있고 서쪽으로 가면서 차례로 의상능선, 응봉능선, 기자능선이 있다. 그리고 그 순서로 능선은 낮아지면서 길이도 짧아진다. 그런데 기자능선의 서쪽에도 기자능선과 평행을 이루는 탐방로가 있다. 북쪽의 선림사지킴터와 남쪽의 구기터널을 잇는 길이다. 이 길은 족두리봉과 향로봉을 잇는 구기불광능선과 교차한다.
선림사지킴터와 구기터널을 잇는 길보다 더 서쪽에 있는, 마지막 길이 불광사, 족두리봉, 진흥로를 잇는 길이다. 이 두 평행되는 길은 모두 합해 10km 정도로 한 번에 다 돌아볼만한 거리이다. 선림사지킴터에서 출발한다면 족두리봉과 향로봉 사이의 안부 오거리를 지나 구기터널계곡으로 내려온 뒤 서쪽으로 200m가량 이동하여 다시 북쪽으로 족두리봉을 오르고 나서 불광사나 정진공원지킴터로 내려오면 된다. 물론 반대 방향으로 탐방해도 된다.
지하철 6호선 독바위역에서 탐방을 시작할 경우 불광중학교 옆 산길로 접어들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며 깊은 숲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폭포동힐스테이트아파트 부근 선림사지킴터에서 북한산둘레길과 갈라지면서 서서히 고도가 높아져 간다. 숲속길을 걷다 보면 정자와 함께 운동 공간이 나타난다. 정자는 비산정이다. 비산정 조금 위쪽에 비산약수가 있다. 바위에 박힌 고무호스를 통해 물이 쉴새없이 흘러 나오는데 물맛이 훌륭하다.
잠시 뒤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향로봉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황룡사지로 가는 길이다. 황룡사지는 숲속에 자리한 꽤나 넓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얼마 가지 않아 불광사계곡에 이르게 되고 오른쪽은 불광사로 내려가는 길, 왼쪽이 족두리봉과 향로봉을 잇는 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능선에 이르면 길은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향로봉, 탕춘대능선, 구기터널계곡, 족두리봉 등으로 가는 길이다.
구기터널계곡으로 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줄곧 내려가는 길이다. 도중에 오른쪽으로 각황사 가는 갈래길이 있다. 그곳을 지나쳐 계속 내려가면 끝 무렵에 공원지킴터가 있고 진흥로와 닿는 곳에는 작은 폭포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바로 구기터널 서쪽 입구다. 족두리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약 200m 가량 서쪽으로 이동하여 버스정류장 지나서 다시 산으로 올라야 한다. 표지판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족두리봉을 향해 난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불광동 용화지킴터에서 이어지는 길과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부터 바윗길이 시작된다. 제법 가파르긴 해도 그닥 위험하지는 않다. 바위에 서면 아래로는 구기터널과 진흥로 건너편의 북한산이 보이고 위로는 족두리봉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족두리봉은 암벽등반의 좋은 코스이기도 하여 등반중인 클라이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계단을 부지런히 오르면 국립공원 구조대 초소가 있다.
초소 앞에서 바로 족두리봉을 오르기는 어렵고 산 밑을 돌아서 반대 방향에서 족두리봉을 오르는 길이 있으므로 족두리봉 정상에 올라볼 수 있다. 해발 370m인 족두리봉은 해발 560m인 향로봉보다 훨씬 낮기는 하지만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서의 전망은 준수하다. 정상 부근에 통신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족두리 같은 족두리봉은 위쪽의 향로봉보다 정상 부근이 꽤나 넓어서 좋다.
족두리봉에서 북쪽으로 하산할 때 정진사쪽 정진공원지킴터로 내려올 수도 있고 불광사쪽 불광공원지킴터로 내려올 수도 있다. 불광사까지 갔다가 다시 황룡사지 방향으로 난 능선길을 타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 있다. 숲속에서 샘터를 만나기도 한다. 정진사쪽으로 내려오면 수리초등학교, 불광사쪽으로 내려오면 불광중학교를 지나게 된다. 족두리봉을 중심으로 비산약수, 황룡사지, 구기터널계곡, 불광사계곡 등은 북한산의 남서쪽에서 아름다운 산천경개를 자랑한다.
2021.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