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공원지킴터 - 대성문 - 문수동계곡 - 부왕동계곡 - 청수동계곡
평창동에서 북한산에 오르는 길은 평창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과 형제봉을 지나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평창공원지킴터에서 출발해 평창계곡 옆으로 오르면 형제봉을 지나 오르는 길과 일선사 부근에서 만난다. 대성문에 이르면 북한산 주능선에 오르게 되고 왼쪽은 대남문 방향, 오른쪽은 보국문, 대동문 방향이다.
왼쪽 대남문 방향으로 갈 경우 하산하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대남문에서 구기동으로 바로 내려갈 수도 있고 비봉능선을 타고 가다가 남쪽으로든 북쪽으로든 내려갈 수 있다. 곳곳에 많은 갈래길이 있지만 문수봉을 지나 청수동암문을 통과하여 승가봉 방향으로 가다가 삼천사계곡 방향으로 하산한다면 계곡 탐험을 계속할 수 있다.
삼천사계곡으로 끝까지 줄곧 내려갈 수도 있고 도중에 다시 부왕동암문으로 올라간 뒤 의상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가사당암문에서 백화사 방면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가사당암문에서는 의상봉에 오른 뒤 하산하는 것도 좋지만 의상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가팔라서 상당히 힘든 게 사실이다. 가파른 길을 피하고자 한다면 가사당암문에서 백화사 방향으로 내려오면 된다. 마지막에는 백화사로 갈 수도 있고 북한산성 입구로 갈 수도 있다. 이 코스는 평창동에서 출발하지 않고 의상봉 아래에서 출발하여 평창동으로 내려오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평창동 평창공원지킴터에서 대성문으로 오르는 길은 평창계곡을 지난다. 이 길은 이용하는 등산객이 많지 않아 한적한 편이고 길이 험하지 않아서 걷기 좋다. 평창계곡의 물소리는 쉼 없이 계속되어 청량감을 주고 울창한 숲속을 걷다 보면 간간이 전망이 트인 곳을 만난다. 북악산 팔각정이 보이는가 하면 남산타워도 보인다.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일선사 부근까지 이르는데 일선사는 등산로가 지나는 곳이 아니다. 일선사 위 보현봉은 등산 금지 구역이어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선사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정경이 근사하다. 북악산, 남산 등이 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불암산이 보인다.
일선사에서 대성문까지는 굽이굽이 산 밑에 난 평평한 길로 걷기 좋은데 일선사쉼터를 지나면서는 오르막 계단이 대성문까지 이어진다. 평창계곡길도 호젓하지만 대성문까지 가는 길도 적막감이 가득한 조용한 산길이다. 대성문에 이르면 북한산 주능선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등이 차례로 나오는 능선길이고 왼쪽으로는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대남문이 있다.
대남문을 지나 성벽을 따라 오르면 해발 715m의 문수봉에 이르고 이곳에서의 전망은 언제 봐도 시원스럽다. 보현봉이 손에 잡힐 듯하고 서쪽 아래로 승가봉, 비봉 등이 저 멀리 자리하고 있다. 남쪽으로는 북악산 능선 그리고 더 멀리 서울 도심이 보인다. 인왕산, 안산, 백련산 등도 솟아 있다.
문수봉에서 청수동암문은 그리 멀지 않은데 문제는 청수동암문에서 승가봉, 비봉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꽤나 가파르다는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으므로 조심해서 차근차근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도중에 애추(talus)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다. 바위가 부서진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이 가파른 내리막길은 도중에 갈라지는데 삼천사계곡으로 빠지는 길로 내려서면 문수동계곡이다.
문수동계곡은 꽤나 길어서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인적은 드물고 숲은 울창한데 오로지 들리는 소리라고는 물소리뿐이다. 그만큼 적막하다. 이 계곡은 결국 삼천사계곡으로 이어지는데 도중에 삼거리에서 계속 내려가면 삼천사계곡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부왕동암문으로 가는 오르막길이다. 그냥 삼천사계곡으로 하산해도 되지만 부왕동계곡을 따라 부왕동암문으로 올라가서 의상능선으로 하산하는 것도 색다른 묘미가 있다.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을 차례로 지나는데 높이가 각각 해발 593m, 581m, 571m로 조금씩 낮아진다. 증취봉에서의 전망이 탁월한데 북한산 백운대와 만경대, 노적봉이 보이는가 하면 나월봉, 나한봉 그리고 비봉능선의 봉우리들과 응봉능선이 죄다 보인다. 숲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북한산의 산중에 자리한 사찰도 눈에 들어온다. 노적봉 아래 노적사, 백운대 아래로 상운사, 의상봉 아래 국녕사 등이 그것이다.
가사당암문까지 내려와서 다시 의상봉으로 오르면 막바지 가파른 내리막 암릉이 기다리고 있지만 가사당암문에서 백화사 방향으로 내려오면 이 험한 암릉길을 피할 수 있다. 의상봉 아래로 백화사 방향의 등산로가 나 있다. 이 길은 지도에 청수동계곡이라 표시되어 있다. 좀 지루하긴 하지만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암릉길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다 내려오면 왼쪽으로 백화사 방향으로 가거나 오른쪽으로 북한산성 입구로 갈 수 있다.
북한산에 참으로 많은 계곡이 있다. 평창계곡, 문수동계곡, 부왕동계곡, 청수동계곡 등은 북한산의 많은 계곡 중 일부다. 평창계곡은 보현봉 아래에 있어 특별히 보호받고 있는데 계곡은 출입 금지되어 있다. 물소리가 여간 시원하지 않다. 삼천사계곡으로 이어지는 문수동계곡 또한 심산유곡이라 할만하다. 능선은 능선대로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고 계곡은 계곡대로 특별한 경개를 제공한다. 잘 보존되어 있는 북한산이 고맙다.
2021.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