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정릉탐방지원센터에서 북한산 주능선에 오르는 길은 두 갈래다. 정릉계곡을 지나 보국문에 이르는 길과 청수천을 지나 대성문에 이르는 길이 그것이다. 청수천을 따라 대성문에 이른 뒤 대남문, 문수봉을 지나고 청수동암문에서 의상봉능선으로 접어들어 얼마 가지 않아 행궁지 방향으로 가는 능선길이 나온다. 행궁지를 지나면 북한천 계곡이 나오고 다시 보국문으로 올라와 칼바위능선을 따라 빨래골로 내려오면 마치 U자를 뒤집어 놓은 모습의 탐방로를 이룬다. 반대 방향으로 빨래골에서 시작해 정릉으로 내려와도 마찬가지다.
정릉탐방지원센터는 북한산보국문역에서 북서쪽 방향에 있다. 청수장으로 흔히 알려진 등산로 입구에는 큰 주차장이 있고 부근에 정릉유원지가 있다. 또한 이곳은 북한산둘레길 5구간인 명상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등산로 초입에 북한산탐방안내소가 있고 등산로 입구 가까운 곳에 자연관찰로가 숲속에 있다.
등산로는 이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직진하면 보국문 방향의 정릉계곡길이고 왼쪽으로 꺾어져 다리를 건너면 대성문 방향이다. 대성문 방향으로 접어들면 도중에 삼봉사로 갈라지는 길을 먼저 만나고 좀 더 위쪽에 영취사가 있다. 영취사에는 마당 가운데에 서울시 문화재자료 40호인 5층석탑이 있다. 청수장에서 영취사까지는 계속 오르막이어서 꽤 지루한 감이 든다.
영취사를 지나 조금 더 가면 형제봉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부근에 일선사가 있다. 그 후로는 보현봉 아래 높은 산기슭에 평평한 길이 한동안 제법 계속되어 걷기가 무척 쾌적하다. 일선사쉼터를 지나 대성문 아래에 이르면 막바지에 오르막 계단이 있고 그 끝에 대성문이 기다리고 있다. 대성문은 북한산 주능선 위에 있다.
대성문에서 대남문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산성을 따라 난 길과 산성 한참 아래로 난 길이 그것이다. 산성을 따라 난 길은 꽤나 가파른 계단이 이어져 힘들지만 도중에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지는 곳을 지난다. 이곳에서는 정릉계곡이 펼쳐져 보이고 더 멀리 천장산, 개운산, 봉화산, 배봉산 그리고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 등이 보이니 여간 시원스럽지 않다.
대남문을 지나 계속 산성을 따라 오르면 어느새 문수봉이다. 문수봉은 727m이지만 사람들이 주로 전망을 즐기는 곳은 문수봉 아래 해발 715m 지점이다. 문수봉은 오르기가 좀 까다로워 바위를 잘 타는 사람들만 오른다. 사모바위, 향로봉, 족두리봉이 서쪽으로 내려다보이고 북쪽 저 멀리에는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있다. 그 뒤로는 아스라이 도봉산 연봉이 있다.
문수봉에서 내려와 얼마 가지 않아 청수동암문이고 이곳에서 길은 갈라진다. 암문을 지나 가파른 내리막으로 내려가면 승가봉 방향이고 성곽을 따라 계속 가면 의상능선이다. 나한봉까지 이르기 전에 갈림길이 있다. 의상능선으로 계속 내려가는 길과 중흥사, 행궁지 방향으로 가는 길로 갈린다. 행궁지 방향으로 가는 길은 처음에는 능선이다가 계곡 방향으로의 가파른 내리막길로 바뀐다. 능선에서는 건너편에 의상능선이 보이고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부쩍 가깝게 다가와 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오면 이윽고 행궁지 옆을 지나게 된다. 행궁지는 조선 숙종 때 행궁이 이곳에 지어졌는데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문화재 발굴 조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행궁지를 지나서 얼마 가지 않아 북한천 계곡길을 만나게 되고 갈림길에서 내려가면 북한산성 입구 방향, 거꾸로 올라가면 대동문, 보국문으로 갈라지는 길을 차례로 만나고 계속 올라가면 대남문에 이른다.
보국문으로 가는 길은 제법 오르막길이고 보국문에서 왼쪽으로 오르막을 오르면 칼바위능선으로 빠지는 길이 나타난다. 칼바위 부근이 북한산의 주요 조망점 가운데 하나이다.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은 물론 오봉, 자운봉, 선인봉 등 도봉산과 수락산, 불암산이 한 자리에서 다 보이는 곳은 드물다. 서울의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칼바위에서 조망을 즐기다 하산하다 보면 뾰죽뾰죽한 길이 이어져 긴장하게 만든다. 지형이 참으로 독특하다. 능선길에 바위가 갈라진 모습이 어떤 지질 현상이 있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경사가 가파른 곳에는 쇠봉이 설치되어 있어 오르고 내려가는 것을 도와준다. 이 구간을 지나면 좀 더 아래에 덜 가파른 쇠봉 구간을 지나고 그 후로는 비교적 수월하다. 특히 문필봉 아래로는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문필봉 아래 능선길을 내려가다 화계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나는데 범골 약수터와 수심배드민턴장을 지나면 삼성사 앞이고 다시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화계사, 오른쪽은 빨래골 방향이다. 빨래골은 조선시대 때 궁중 무수리들이 이곳까지 와서 빨래를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빨래골에서 산행은 끝난다.
U자를 뒤집은 모양의 이 탐방길에는 몇 군데 탁월한 조망점이 있다. 대성문과 대남문 사이의 성곽 위, 문수봉 일대 그리고 청수동암문에서 행궁지 가는 사이의 능선, 마지막으로 칼바위 등이 그것이다. 그리 위험한 곳이 없는 구간이지만 청수동암문에서 행궁지 사이의 내리막길에는 살짝 위험한 곳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조망도 뛰어나지만 울창한 숲을 실컷 눈에 담을 수 있는 이 탐방로는 보석 같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