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은 안 된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구촌 최고 수준의 IT강국이다. 반도체 생산은 첨단을 달리고 있고 국민의 스마트폰 사용은 아주 보편화돼 있다. 가구의 인터넷 보급률은 99.7%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초고속 인터넷의 속도도 세계 정상급임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게 인프라가 탄탄한데 과연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도 탄탄하고 믿을 만할까? 이런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필자가 보기에는 인터넷 사용 환경은 눈부시게 발달돼 있지만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에는 참으로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것이 적지 않다. 가짜가 많고 낯 뜨거운 엉터리가 널려 있다. 일전에 한 지인이 단톡방에 '말라위 한국 편입'이라는 글을 퍼 올렸다. 말라위 한국 편입이라니? 말라위는 남부 아프리카의 국가이다. 이 나라가 한국에 편입된다고?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글을 읽어보니 말라위라는 나라가 한국에 편입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언제, 누가, 어떻게 선언했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다만 말라위가 한국을 열렬히 좋아하여 아예 한국에 편입되기를 원하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인이 말라위에 대학을 설립하여 졸업생을 배출하였고 한국의 K-2 소총이 말라위에 수출되었다는 내용도 결들였다. 한국인의 지원으로 대학이 설립, 운영되고 한국의 소총이 수출되었다고 그 나라가 아예 한국에 편입되기를 원한다고?
'말라위 한국 편입'이 혹시나 사실일까 싶어 필자는 백방으로 알아보았으나 그 어디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찾지 못하였다. 말라위 정부 사이트나 한국 외교부 사이트 어디서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한 국가가 스스로 다른 국가에 편입되고자 하는 것은 상상키 어려운 일이다. 가난한 집에서 부잣집으로부터 배 불리 먹을 수 있게 식량을 지원 받았다고 해서 부잣집의 종이나 식구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가? 개인들 사이에도 아무리 집안 사정이 어려워도 내 집, 내 성을 버리지 못할진대 하물며 국가 사이에서 스스로 국권을 포기하고 다른 국가에 편입이 된다?
1950~60년대이 극빈국에서 벗어나 이제 선진국 대열에 끼었다고 하니 눈에 보이는 게 없나? 천박하기 그지없다.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국뽕에 취한다. 인터넷에 가짜뉴스가 떠도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지 모르지만 '말라위 한국 편입' 같은 지어내기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가짜뉴스에 열광할 사람들이 존재하니까 지어냈을 것이다. 엉터리 국뽕 글이 유통되고 있음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징표이다.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어떤 가짜뉴스에 당할지 모른다. 낯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