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Jul 13. 2022

무엇이 가정교육인가?

고등학교 동창 넷이 저녁에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그 중 한 사람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내 귀가 기울여졌다. 그는 방송사 피디로 오래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나와 지금은 지방의 한 대학 초빙교수로 있다. 그가 학생들 중에 별별 학생이 다 있음을 말하며 가정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학교수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성적을 내고 나서 학생들로부터 받는 항의란다. 예전엔 선풍기를 돌려서시험 답안지에 대한 평가를 했다는 우스개도 있었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학생들의 이의 신청권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 채점을 하고 출석, 과제물 등도 보고 평가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학생들의 불만 제기와 항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항의를 하더라도 예를 갖추어서 왜 자기 학점이 그렇게 나왔는지를 알려달라고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다짜고짜로 왜 내 학점이 그거밖에 안 되느냐고 몰아붙이는 학생이 있다고 했다. 자기가 학업에 기울인 노력은 돌아보지 않고 덮어 놓고 교수에게 따지고 드는 학생들이 꼭 섞여 있어 곤혹스럽다고 했다. 왜 어떤 학생은 예를 갖추어 묻고 왜 어떤 학생은 시비 걸듯이 대들며 따지는가? 그는 이 차이를 가정 교육으로 돌렸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내린 결론에 수긍하면서도 석연치 않았던 것은 가정교육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거칠고 무례하게 따지고 드는 학생들의 부모라고 가정교육을 하지 않았을까? 교수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따지라고 부모가 가르쳤을까? 아닐지도 모른다. 누구나 다 나름의 가정교육을 할 것이다. 그러나 가정교육의 내용이 다를 뿐이다.


가정교육의 부재로 모든 문제를 돌릴 게 아니다. 어떤 가정교육을 할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사람은 자기를 돌아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자기 모습을 잘 모르니 그냥 습관대로 살아간다. 고쳐야 할 게 있어도 고치지 않고 살아간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백번 동의하지만 가정교육 잘하는 것은 누구로부터 배울 건가? 아쉽게도 주민센터든 백화점이든 평생교육원이든 어디에서도 가정교육을 가르쳐 주지 않는 거 같다.


나도 아이들이 다 컸다. 난 아이들에게 어떤 가정교육을 시켰나? 선뜻 답하지 못하겠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손가락질당하지 않으며 살았으면 좋겠는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긴 나 자신도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잘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아는데 나만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넷의 폐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