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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22. 2022

정선, 태백, 울진을 찾아서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태백산맥 깊은 오지 탐방을 했다. 초등 친구들 네 명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동해안 방향이다. 19일(화) 아침 석계역에서 만나 정선 하이원리조트를 향해 달렸다. 도중에 영월 시내 하나로마트에 들러 사흘 동안 먹을 고기다, 야채다, 쌀이다 등등 먹거리를 구입했고 점심은 고한의 상갈래삼거리 부근의 식당에서 먹었다.


하이원하늘길을 찾아 나섰다. 하이원리조트 둘레에 난 트레킹코스인데 마운틴콘도의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하늘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출발 지점이 이미 해발 850미터다. 하늘길은 숲속에 나 있어 더운 줄 몰랐다. 등산로는 잘 닦여 있었고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도롱이연못에 이르렀다. 연못에 도롱뇽이 많이 살았다 해서 도롱이연못이라 했다.


숲속길을 두 시간쯤 걸었을까, 갑자기 웅장한 구조물이 나타났다. 하이원탑이었다. 스키장 곤돌라 타는 곳이 있었고 원형으로 우뚝 선 거대한 건물은 카페였다. 그 높은 곳에 이리도 웅장한 카페가 있다니! 갈 길이 멀어 원형 건물 카페에 들르지 않고 목표지인 백운산 마천봉을 향했다. 2km 정도 남았다. 좁은 산길을 따라 부지런히 걷다 보니 마천봉 표지석이 나타났다. 해발 1,426m다. 아쉬운 건 전망이 탁 트이지 않았다는 것... 주변에 숲이 울창해서다.


차가 세워진 마운틴콘도로 하산해야 하는데 안내표지판이 그리 잘 돼 있지 않았다. 표지판 읽는 사람의 잘못인지도... 어쨌든 계획했던 길이 아니라 밸리탑으로 내려오고야 말았고 그 후로 줄곧 시멘트길이었다. 힐콘도까지 걸어서 내려왔고 마운틴콘도로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우리의 차 있는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이원하늘길은 스키장 둘레에 난 숲속 트레킹코스로 분위기는 대관령 선자령 오르는 길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 선자령 등산로보다는 훨씬 숲이 우거진 길이어서 땡볕에 고생할 일은 없다. 스키장, 골프장, 카지노, 워터월드, 호텔, 콘도 등 온갖 즐길 거리가 다 갖춰진 하이원리조트에 이런 트레킹코스까지 있으니 하이원은 정말 없는 게 없다. 정선 사북에 하이원이 있다.


하이원리조트를 나와 야영장을 예약해둔 울진 통고산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개울을 건너면 자연휴양림 지역인데 야영장은 비교적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깊은 산속에 있다 보니 오로지 적막뿐이다. 이렇게 고요한 곳을 와보기가 얼마만인가. 박새 같은 새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이를 쪼고 있었다. 텐트 두 동을 친 뒤 스파게티를 끓이고 삼겹살을 구웠다. 통나무집이며 통고산 임도는 더 위쪽에 있었다.


텐트 속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다음날 아침 금강소나무숲길 탐방을 위해 소광리로 차를 몰았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예약한 사람만 숲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탐방할 수 있다. 우리는 4코스인 대왕소나무길을 예약했고 경북 지역에 사는 세 친구들과 합류해 4코스 탐방을 시작했다. 숲이 우거진 탐방로는 그리 가파르지 않아 걷기 편했다. 이따금 뱀을 만난다 했다. 실제 이 날 한 친구는 뱀과 마주쳤다고 했다.


금강소나무숲길이란 이름답게 탐방로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쳐 있었다. 망부송이라는 소나무를 지나 얼마 더 가니 드디어 대왕소나무에 이르렀다. 수많은 소나무가 소광리 산속에 자라고 있지만 대왕소나무의 자태는 위풍당당했다. 옆으로 퍼진 가지는 갈래가 셀 수 없이 많았다. 옆엔 전망대가 있어 인근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왔다. 장관이었다. 한편으론 둘러앉아 식사할 수 있게 간이 식탁이 숲속에 만들어져 있어 일행은 그곳에 옹기종기 모여 출발할 때 구입한 도시락을 먹었다. 가히 꿀맛이었다.


숲해설사의 해설은 막힘이 없었다. 여러 지역을 넘나들고 시대를 오가며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옛날 삼국시대 초기에 안일왕이 이 깊은 산속에 산성을 쌓았다니 실로 놀라웠다. 궁궐이며 절을 지을 때 거대한 소나무가 필요한데 산림청과 문화재청이 협약을 맺어 필요할 때 울진 금강송면의 금강소나무 군락지의 소나무를 쓴다고 했다. 과연 몇몇 나무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건축 자재로 쓰일 나무들이다.


내려올 땐 능선길을 이용했고 조령성황사라는 자그만 사당을 만났다. 보부상들이 험한 산길을 오가며 화를 면하게 해달라고 마고할멈에게 빌기 위해 지은 집이었다고 했다. 좀 더 내려오니 이번엔 이 지역 현령의 공덕을 기리는 영세불망비가 세워져 있었다. 청나라 연호가 특이했다. 드디어 출발 지점으로 내려왔다. 다섯 시간에 걸친 금강소나무숲길 대왕소나무 코스를 무사히 마쳤다. 다음엔 다른 코스를 한번 시도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역사가 숨쉬고 있는 숲길이다.


초등 친구 일곱 명은 울진 시내로 나와 전망 좋은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서울 팀 넷은 근처 성류굴로 이동했다. 이 동굴은 몇 군데 몸을 심하게 구부려야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데가 있다. 굴의 길이가 엄청 길진 않지만 참 아기자기하다. 곳곳에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성모마리아상'은 몰라도 '로마의 궁전'은 조금 생뚱맞았다. 궁전은 로마밖에 없나. 실내 온도 20도 정도... 제주 만장굴, 단양 고씨동굴 등 여러 동굴을 가봤지만 성류굴은 그 나름의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들어갈 때 지급하는 헬멧을 반드시 써야 한다.


성류굴을 나와 예약해둔 불영계곡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전날 묵었던 통고산자연휴양림과는 분위기가 아주 딴판이다. 널찍한 평지에 시원시원하게 야영 데크가 배치돼 있었다. 지붕 있는 데크도 있고 없는 데크도 있다. 무엇보다 통나무집이 없다. 오직 야영만 하는 곳이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붙어 있는데 수압 좋은 뜨거운 물이 콸콸 뿜어져 나왔다. 부근엔 넓은 계곡이 있어 훌러덩 벗고 계곡물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했다.


한 친구가 준비해온 옻닭 재료를 꺼냈다. 옻나무 줄기 그리고 당귀.... 큰 솥에 옻나무를 푹 삶아서 물을 우려낸 뒤 그 물에 닭을 넣고 당귀며 마늘이며 여러 재료를 넣고 옻닭탕을 끓였다. 멀리 동해안까지 와서 야영하며 옻닭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술이 빠질 수 없어 소주, 맥주 취향대로 마시며 취했다. 참 신기하다. 7월 20일이면 휴가철 피크가 코앞인데 왜 이렇게 야영장에 사람이 별로 없나. 코로나 때문인가. 아무튼 한적하여 좋았다.


밤새 비가 주룩주룩 왔다. 마지막날이 걱정이다. 비가 오면 관광은 거의 접어야 한다. 갈 데가 없다. 산을 가나. 바다를 가나. 다행히 빗줄기가 그리 세지 않아 근처 불영사로 갔다. 불영계곡 가까이 있는 불영사는 참으로 특이한 절이었다. 산속에 평퍼짐한 땅이 꽤나 넓었고 불영사의 여러 건물이 보기 좋게 배치돼 있었다. 한가운데에 대웅보전이 있고 그 앞에 5층 석탑이 있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석탑답게 고색창연했다.


불영사에 불영지가 있다. 이 연못은 결코 작지 않아. 상당히 넓은 연못에 연꽃이 피어 있는데 노란 연꽃, 흰 연꽃, 붉은 연꽃 참으로 다양하다. 절에 이렇게 넓은 연못이 있는 데가 또 있었던가. 불영사엔 또한 밭이 많았다. 고추며, 배추, 상추... 온갖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일부는 잡풀이 자라는 빈땅도 있었다. 절에 온 건지 마을에 온 건지 잘 분간이 안 됐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가도 가도 불영사가 안 나와 투덜거렸는데 주차장에서 1킬로쯤 떨어진 곳에 아늑하고 푸근한 절이 있었으니 불영사였다.


불영사를 나와서 일행은 차를 몰고 태백으로 향했다. 고랭지 채소밭으로 유명한 귀네미마을을 가기 위해서였다. 먼저 태백 시내에 도착해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한우 고깃집에서 가서 꽃등심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과연 혀에 살살 녹았다. 식당을 나와서 근처 황지연못으로 갔다. 낙동강의 발원지라는 곳이다. 과연 수량이 풍성했다. 이 연못의 물이 봉화로 넘어가고 영주, 상주, 김천 등지를 지나 경남으로 흘러간 뒤 부산 앞바다로 간다.


마지막 방문지인 귀네미마을로 향했다. 고랭지 밭이 있는 그곳은 경사가 한껏 가파른데 얼마나 빽빽하게 채소가 심어져 있는지 실로 경탄을 금치 못한다.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에 씨앗을 심었을까. 사람이 했을까. 기계로 심었을까. 입을 다물 수가 없다. 한가지 아쉬웠던 건 구름이 잔뜩 끼어 시야가 가려졌던 거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이어서 맑을 땐 경치가 대단하다는데... 조심스레 차를 몰고 산을 내려와 마을을 지나고 태백으로 돌아왔다.


2박 3일 알찬 여행을 했다. 정선, 태백, 울진... 특히 울진이 그렇게 깊은 산속인 줄 미처 몰랐다. 서울에서 멀 뿐 아니라 부산이나 대구에서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응봉산, 안일왕산, 통고산...... 어디 이뿐이랴. 이름 없는 수많은 산이 울진에 있다. 아니, 산 아닌 곳이 없었다. 그 모든 산에 숲이 빽빽하고... 대자연히 고스란히 보존된 깊은 산속에 38번 국도와 옛날 길인 불영계곡로가 나 있다. 오죽 길 내기가 힘들었으면 불영계곡캠핑장 맞은편에 울진현동도로준공기념탑이 서 있겠나. 도로 건설하는 과정에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음을 보여준다.


몸은 비록 뻑적지근하지만 새로운 의지를 불태운다. 기회를 봐서 통고산에 올라보고 싶고 금강소나무숲길의 안 가본 코스도 방문하고 싶다. 울진에 대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다. 한국의 비경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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