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6일(토). 이 날이 내겐 좀 특별하다.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하러 갔다가 얼떨결에 갤럭시탭을산날이라서다.
벌써 10여 년 전 일이 생각난다. 직장에 다닐 때인데 이 직장의 최고책임자를 지낸 학계 원로께서 연세에 어울리지 않게(?) 최신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니시는 걸 봤다. 쉽게 접었다 폈다 날씬하게 생긴 기기를 능란하게 다루시는 그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저 물건은 무엇 하는 물건인고 싶었을 뿐 살 엄두를 내지 아니하였다. 꽤 비쌌을 것이었으므로. 그리고 10여 년 세월이 흘렀다. 이제 태블릿은 아주 흔한 물건이 돼서 중학생, 고등학생도 쓰고 드디어 나도 장만하게 되었다.
폰 대리점에서갤럭시노트22를 구입하려는 나를 응대하던 직원은 슬쩍 내게 권했다. 태블릿을 가리키며 이걸로 TV를 볼 수 있는데 하나 장만하지 않겠냐고... 직원으로서야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니 TV 볼 수 있는 태블릿을 권했겠지만 나는 혹시 이걸로 노트북에서 하던 작업을 할 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래아한글 그리고 다른 많은 프로그램을 태블릿에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굳이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그래서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느냐, 아래아한글은 쓸 수 있느냐 등등... 그러나 직원의 대답은 그리 명쾌하지 못했다. 좀 아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살아오면서 숱한 전자기기를 사봤지만 파는 직원이 그 기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경우를 별로 많이 보지 못했다. 그 기기의 기능을 속속들이 잘 모르면서도 물건 판매에 열심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갤럭시탭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은 탭을 별로 많이 사용해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 더 이상 자세히 묻는 것은 소용이 없어 보였다.
직원은 TV 볼 수 있는 걸 장점으로 내세우고 난 노트북 대용으로 쓸 순 없을까 궁리하고... 결국 구매를 결정했다. 싼 맛에 샀는지도 모른다. 월 15,900원이면 된다 했으니... 집에 가지고 와서 본격 시험에 들어갔다. 노트북 대용으로 쓸 수 있거니 한 내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이 태블릿에는 윈도가 깔려 있지 않으므로 단순히 화면이 커다란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나 한컴오피스는 깔 수 있지만 그밖의 윈도용 수많은 소프트웨어는 사용 불가였다. 메일 체크와 답장 보내기야 스마트폰에서도 되는 거니까 특별한 장점일 수 없고...윈도가 없으니 스마트폰용 앱을 깔아서 쓰는 게 다였다. 그럼 스마트폰과 다른 게 뭔가.
어쨌든 이미 구매는 끝났고 무르기는 불가능하다. '화면 큰 스마트폰'을 잘 쓰는 수밖에 없다. 슬기로운 태블릿 생활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노트북처럼 무겁지 않아서 좋고 스마트폰처럼 화면이 작지 않아서 좋긴 하다. 그러나 휴대하기가 영 불편하다. 폴더니 플립이니는 접으면 작아지지만 태블릿은 접히지 않는다. 화면이 크니 옷의 주머니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가지고 다니려면 가방에 넣는 거 말고 달리뾰족한 방법이 있나 모르겠다. 태블릿에 끈을 달아 손목에 걸고 다닌다? 그렇게 하기엔 크기가 너무 크다. 애물단지가 되느냐 제법 요긴하게 활용하느냐 새로 구입한 전자기기를 두고 내 고민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