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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09. 2022

매스컴 타기

여느 해는 조용하더니 이번 한글날을 맞아서는 두 군데나 매스컴에 얼굴이 나왔다. 하나는 방송, 하나는 신문이다. 먼저 금요일 서울신문에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법조문 속 비문이 국민들의 법 이해 막아”라는 제목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주 마음에 드는 제목이었다. 정확하게 핵심을 짚었으니까.


한글날인 일요일 연합뉴스TV에서는 ""사과가 '심심하다'고요?"…후퇴하는 문해력"이라는 뉴스를 내보냈고 그중에 짤막한 내 인터뷰가 포함됐다. 그리고 뻔한 멘트를 했다. 젊은 층의 어휘력이 떨어지는 건 일찍부터 스마트폰에 중독되다 보니 책 읽을 기회가 줄어들어서 그렇다는 것, 어휘력과 문해력의 빈곤은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그런지 안 그런지 자신은 없지만 왠지 그런 얘길 해야 할 거 같아서... 그런 얘길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친지들로부터의 반응은 당연 TV쪽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아니 TV쪽에서만 왔다. 수년이나 연락이 없었던 동창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가 하면 '사돈의 팔촌'까지 봤다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좋아하고 기뻐했다. 난 하나도 안 기쁜데... 안 기쁜 이유가 있다.


매스컴을 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문제로 타느냐가 중요하다. 젊은 층의 어휘력,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기우일 수 있다. 쓸데없는 걱정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들도 학교에서 수업 따라가고 입시 준비하느라 엄청나게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국어시험 문제를 풀어본 사람은 고등학생들의 국어 과목이 얼마나 수준 높은지를 알 것이다. 어휘력, 문해력이 얕아서는 도저히 풀어볼 엄두가 안 나는 시험을 치르고 있다. 그런 공부를 하고 있다. '사흘'이 3일인 줄 모르고 4일로 알고, '금일'이 오늘인 줄 모르고 금요일로 아는 학생이 왜 없겠나. 그런 단편적인 지식 유무를 가지고 학생들의 국어 실력을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떻든 한글날을 맞아 연합뉴스TV는 한 건 문제 제기를 했다.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나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어떤 역할을 하겠나. 나머지는 가정과 학교, 교육당국, 교육 전문가들의 몫이다.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학생들에게 독서의 기회를 더 제공하고 독서 의욕을 불러일으킬 방안을 찾아야겠다. 그래야 깊이 있는 지식이 생산되고 고상한 문화가 창출되지 않겠는가.


문제는 법조문 속의 비문이다. 법학자, 법률가들은 법조문의 단 한 글자도 의미 있다고 보고 중시한다. 한 구절, 한 단어, 한 글자도 법해석에 중요하고 송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렇게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법조문에 비문, 다시 말해 말이 안 되는 문장이 있다고? 그걸 고발한 기사가 서울신문의 “법조문 속 비문이 국민들의 법 이해 막아”라는 기사다.


비문은 문법이 어그러진 문장인데 민법에는 비문이 무려 200개가 넘음은 물론 아예 오자까지 있다. 그런데도 안 고친다. 이게 보통 문제인가. 법조인, 법학자들은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쉬쉬하고 있고 국민들은 법조문을 읽어 봐도 질려서 자세히 들여다볼 엄두를 못 내니 실상을 모른다. 그렇게 민법은 62년이 흘렀고 지금도 오류가 고스란히 그대로 있다. 시민들이 그 실상을 알게 되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국회가 꿈쩍할 것이다. 서울신문의 “법조문 속 비문이 국민들의 법 이해 막아”라는 기사가 민법의 비문을 바로잡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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