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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10. 2022

오버하기

국뽕을 경계한다

우리나라의 큰 문제 중 하나가 한글날을 5대 국경일 중 하나로 넣었으면서도(2005년) 한글과 한국어는 으레 한글날에만 언론에서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KBS와 연합뉴스TV가 한글날을 맞아 말에 관해 다루었다. '사흘'이나 '심심한 사과'의 뜻도 모르는 등 젊은 층의 어휘력이 빈곤한데 한편으로 기성세대가 모르는 신조어를 만들어 써서 문제라는 것이었다. 결론은 별 게 없었다. 세대간의 소통을 활발히 해서 의사소통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본다. 어차피 젊은 층은 '얼죽아'나 '알잘딱깔센' 같은 신조어를 또래 사이에서만 쓰지 부모 세대와 이야기하면서 쓰겠나. 소통 걱정을 할 일이 아니라 본다.


한글날에만 잠깐 한글과 한국어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거 단단히 문제 있다. 아파트 이름을 '더샵', '아너힐즈', '블레스티지' 등 듣도보도 못한 희한한 말을 갖다 붙이는 게 일상화돼 있고 부산광역시는 부산시를 영어상용도시로 만들겠다고 선포하는 등의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왜 한글과 한국어는 한글날에만 반짝 관심을 보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유력지 ㅈ일보가 "오빠, ‘brother’에서 ‘Oppa’ 되나?…옥스퍼드 사전 컨설턴트의 전망"이라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옥스퍼드대학 한국인 교수가 "세계인들이 한류 단어를 많이 사용하다 보면 한글이 세계인의 문자체계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한글은 로마자 알파벳보다 더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고 배우기도 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ㅈ일보의 생각이 아니라 옥스퍼드대 교수가 한 말을 보도했을 뿐이지만 독자들에게 이 말이 신빙성 있다고 보고 보도한 게 아니겠나.


한마디로 어이없다. 한류 단어가 많이 쓰여서 한류 단어가 영어 단어로 쓰이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예컨대 kimchi는 실로 오래 전부터 옥스퍼드영어사전에 실려 있었다. 그러니 oppa가 영어사전에 실리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어휘는 언어 사이에 퍼져 나가게 돼 있다. 그러나 oppa가 영어 단어가 되는 것과 한글이 세계인의 문자체계가 되는 거는 전혀 다른 문제 아닌가. 


어떤 국어학자가 중국이 한자 대신에 한글을 쓰도록 해야 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뛴 적이 있었다. 그의 노력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옥스퍼드대 교수의 생각도 비슷한 거 아니겠는가. 한글을 세계인이 문자로 썼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한글은 한국어를 적기 위해 세종대왕이 만든 글자이다. 한국어에 적합한 글자다. 그나마 시대에 따라 한글은 달라져 왔다. 15세기에 필요했던 글자들이 소리가 없어지면서 지금 안 쓰는 글자가 여럿이다. 반치음, 순경음비읍, 여린히읗 등이 그렇다. 다른 언어를 적으려면 한글에 없는 글자를 새로 추가해야 한다. 한국어와 소리가 똑같은 언어가 어디 있겠나. 거꾸로 그 언어에 필요 없는 한글 글자는 사용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도 한류가 확산되면 한글이 적힌 티셔츠가 계속 만들어져서 팔릴 것이고 그거 입고 다니는 걸 기쁘고 자랑스럽게 여길 세계의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다. 한류 덕택이다. 그러나 한글 적힌 티셔츠가 잘 팔리는 것과 세계인이 한글을 문자로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비약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언어가 그동안 쓰던 문자를 버리고 한글을 쓰기를 바라는 황당한 꿈을 꾸기 전에 우리 자신부터 한글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주위에 아파트 단지 이름에서 한글을 찾기 어렵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이런 형편에 세계인이 한글을 문자로 쓰기를 바란다? 


우리말샘이란 국어사전이 있다. 거기에 '오버하다'가 올라 있다. 그러나 '국뽕'은 없다. '국뽕'은 네이버사전의 오픈사전에는 올라 있다. '''+히로'' 합쳐진 말이다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다.'라 뜻풀이되어 있다. 국뽕은 피해야 한다. 제발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약이 심한 주장이라 동의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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