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먼저인가 사전이 먼저인가
코레일 자회사 직원들이 매일 반나절만 근무한다는 기사가 떴다. 여기서 반나절이 궁금했다. 반나절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오전이나 오후를 가리키는 걸까? 아니면 오전의 반이나 오후의 반을 가리키는 걸까? 신문 기사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기사는 이렇게 돼 있었다.
코레일테크 소속 직원 6명은 정규직화될 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계약했지만 과거 민간용역회사 시절 오전(09~13시) / 오후(13~18시)조로 나눠 근무하는 것을 구두로 계약했다는 이유로 정규직화 이후에도 마음대로 단축 근무를 했다.
기사 제목의 반나절은 오전이나 오후 즉 하루 낮의 반을 가리켰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반나절과 한나절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이렇게 돼 있었다.
즉, 한나절은 하루 낮의 반이라 되어 있었다. 하루 낮 전부가 아니라 하루 낮의 반이라는 것이다. 이는 고려대 한국어사전도 같았다.
그리고 반나절에는 아예 '하룻낮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동안'이라고 명시했다.
그렇다면 어찌 된 노릇인가. 국어사전은 반나절을 하루 낮의 4분의 1이라 하는데 신문 기사에서는 하루 낮의 반이라 쓰고 있다. 국어사전과 언어현실의 괴리를 어이할까. 신문 기자가 단어를 잘못 쓴 걸까. 아니면 사전이 잘못된 걸까.
말은 변한다. 소리도 변하고 단어의 뜻도 변하고 문법도 변하다. 알게 모르게 변한다. 소리 소문 없이 슬금슬금 변한다. 지금도 변하고 있을 것이다. 새말이 생기는가 하면 있는 말도 뜻이 야금야금 변한다. 말이 먼저인가 사전이 먼저인가. 사전은 말을 담는 그릇이다. 말이 변하면 사전도 이를 담아야 한다.
사전대로 한다면 '한나절만 근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반나절만 근무'라고 기사는 되어 있고 읽는 사람도 기사 작성자의 의도대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답은 절로 나온다. 사전이 말을 따라야 한다. 사전 편찬자들이 할 일이 많다고 본다. 가만 있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