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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Dec 01. 2022

폐짓값?

학습해선 안 될 것을 학습했다

국어에는 합성어에 사이시옷을 넣는 규칙이 있다. '아랫마을'은 '아래'와 '마을'이 합쳐진 합성어이고 앞말인 '아래'에 ''을 받쳐서 '아랫마을'이라 적는다. 발음이 [아래마을]이 아니고 [아랜마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부잣집'은 '부자'와 '집'이 합쳐진 합성어이고 앞말인 '부자'에 ''을 받쳐서 '부잣집'이라 적는다. 발음이 [부자]이 아니고 [부자]이기 때문이다.


이 사이시옷과 관련해 두 가지 신기한 일이 있다. 하나는, 사이시옷은 합성어에 적는 것인데 합성어가 아닌 말에 사이시옷을 적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이 그렇다. 우리말샘 국어사전에는 소고깃값, 돼지고깃값, 식자잿값, 우윳값, 과잣값, 맥줏값, 소줏값 같은 말이 올라 있다. 과연 소고깃값돼지고깃값식자잿값우윳값과잣값맥줏값소줏값 같은 말이 합성어인가?


합성어는 단어다. 그런데 소고깃값돼지고깃값식자잿값우윳값과잣값맥줏값소줏값이 단어인지 강한 의문을 느낀다. 소고깃값, 돼지고깃값을 표제어로 올린 우리말샘에 닭고깃값, 양고깃값, 오리고깃값은 왜 없는가? 맥줏값, 소줏값을 올린 국어사전에 왜 양줏값, 막걸릿값은 없는가? 


닭고깃값, 양고깃값, 오리고깃값이 사전에 없다는 것은 소고깃값, 돼지고깃값이 국어사전에 잘못 올라갔음을 의미한다고 본다. 양줏값, 막걸릿값이 사전에 없다는 것은 맥줏값, 소줏값이 국어사전에 잘못 올라갔음을 뜻한다고 본다. 소고깃값, 돼지고깃값은 합성어가 아니다. 맥줏값, 소줏값도 합성어가 아니다. 단어가 아니다. 그럼 무엇인가. 두 단어이다. 소고깃값을 '소고기의 가격', 돼지고깃값을 '돼지고기의 판매 가격'이라 뜻풀이한 데서도 두 단어임을 알 수 있다. 두 단어를 한 단어로 만든 뒤 사이시옷을 붙였으니 어찌 신기하지 않은가.


다른 신기한 일은 국어사전에도 오르지 않았는데 사이시옷을 붙인 말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폐짓값이란 말이 신문 기사에 나타났다. 폐짓값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그런데도 폐짓값이라 쓴 것은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소고깃값, 돼지고깃값, 식자잿값, 우윳값, 과잣값, 맥줏값, 소줏값 따위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학습 효과라고 본다. 학습해선 안 될 것을 학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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