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서야'가 비표준어?
한겨레신문에 '바램'은 틀리고 '바람'이 맞다고 돼 있는 표준어 규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영어교육과 교수의 글이 실린 이야기를 내 오랜 친구에게 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자기도 최근에야 '그제서야', '이제서야'가 비표준어이고 '그제야', '이제야'가 표준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제서야', '이제서야'가 비표준어고 '그제야', '이제야'가 표준어라고? 나로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26년여 국어 정책 기관에 근무하고 나온 나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급히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과연 그랬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그제서야'를 찾으니 아예 없었다. '그제야'만 있었다. 또 다른 사전인 우리말샘에서 '그제서야'를 찾으니 '그제야'의 방언이라 돼 있었다. 강원, 경상, 충청 방언이라 했다. 그런가?
인터넷에 들어가 연세 말뭉치 용례 검색 시스템에서 '그제서야'를 넣어 보니 5,334개의 용례가 나왔고 '그제야'를 넣으니 3,937개의 용례가 나왔다. '그제서야'가 '그제야'보다 더 널리 쓰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제야'가 표준어고 '그제서야'가 '그제야'의 방언이란 말인가. 사전이 제멋대로였다.
국어사전의 횡포가 심각하다. 그리고 그 횡포가 근거도 없다. 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그제서야', '그제야'라는 말을 모두 알고 써 왔다. 둘 중에서 '그제야'보다는 '그제서야'가 더 익숙했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썼다. '그제서야'가 방언이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보니 그렇게 돼 있다. 국어사전은 이런 횡포를 그만두어야 한다. 누가 무엇을 근거로 이런 횡포를 저지르나.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말의 주인은 언중이지 사전편찬자가 아니다. 사전에 이렇게 기록한 편찬자가 누군지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