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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09. 2022

미디어 리터러시

지인이 강서구의 한 도서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4회의 강의를 맡아서 하게 되었다고 알려 왔다. 그는 언론계 경력이 40년이 넘는다. 우리나라 언론 환경의 변화를 몸소 겪었다. 이분 말씀 중에 21세기에 인류가 겪고 있는 3대 재앙이 기후 위기, 팬데믹 그리고 가짜뉴스라는 대목이 있었는데 공감이 간다.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오늘날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고 이번 강의는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실제 있었던 일이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고 전달자에 의해 굴절되어 전달된다. 최근 나는 이런 일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동해안을 향해 쐈고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그러나 울릉도에 발령된 공습경보는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 제기는 어떤 언론에서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된 것에 대해 의문을 느끼는 국민은 거의 없었을 듯하다. 


그러나 당시 현지에 있었던 나로서는 여간 의문스럽지 않았다. 발표를 보니 북한이 울릉도 방향으로 쏘았다는 미사일은 울릉도 서북쪽 167km 해상에 떨어졌다. 미사일이 해상에 떨어지지 않고 울릉도까지 날아왔을지 어떨지는 나도 모른다. 그리고 만일 울릉도까지 날아왔다고 했을 때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지도 사실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릉도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무려 50분 뒤에야 방송을 통해 육성으로 가까운 대피소로 대피하란 안내가 나온 점, 공습경보가 경계경보로 해제된 것이 무려 5시간 뒤인 오후 2시께였다는 점 등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경계경보가 해제된 것은 다시 8시간 뒤인 밤 10시였다. 


기가 막힌 일이 있었는데 울릉경찰서장이 그날 오후 5시에 퇴근해 자기 관사의 텃밭에서 상추를 뽑고 있었다는 것을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 맹공격했던 것이다. 신문과 방송은 그를 아주 정신 나간 경찰서장인 것처럼 매도했다. 서장이 상추를 뽑고 있었을 때는 공습경보가 해제된 지 3시간이 지났을 때였고 경계경보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경계경보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서장이 퇴근해 관사 텃밭에서 상추를 뽑고 있었던 건 잘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규정 위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는데 경찰서장이 상추를 뽑고 있었다'는 오보였다. 대중은 신문과 방송이 흥분하는 대로 따라서 같이 흥분했을 테지만... 


신문과 방송이 이럴진대 개인 유튜브 방송이나 블로그에 엉터리가 난무하는 건 자연스러울 정도다. 막을 방법이 없다. 일례로 수원의 조분순칼국수를 들 수 있다. 포털의 검색창에 조분순칼국수를 치면 굉장히 많이 검색돼 나온다. 조분순이란 할머니가 칼국수집을 냈는데 어린 아들이 엄마를 열심히 도왔고 그가 커서 부장판사가 됐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지어서 블로그에 올린 이야기가 SNS를 통해 마구 퍼져 나가고 미담은 거의 사실로 자리잡았다. 경기일보가 추적에 나섰다. 취재해 보니 그런 칼국수집은 없었다.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사회는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가 아니다. 조회 수가 돈이 되다 보니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려는 욕구가 팽배해 있다. 광복 직후에 한글을 못 깨친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 한다. 높은 교육열 덕분에 문맹은 짧은 시간에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오늘날 가짜뉴스에 혹하고 속는 사람들은 새로운 개념의 문맹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가정과 학교의 역할이 크다. 부모가 자식을 잘 가르쳐야 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잘 지도해야 한다. 달리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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