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Nov 11. 2022

무심함

가짜뉴스와 다를 게 뭔가

전 대통령이 재임시 북한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의 처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보도하는 기사를 읽어 보면 사실을 명료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당혹스럽다. 현 대통령실의 얘기와 전 대통령측의 주장이 워낙 다르고 그들이 내놓는 주장 자체가 자기 변명에 급급할 뿐 정확하지 않다 보니 그런 면이 있을 것이다.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그저 양측의 주장을 전하기에 급급한 인상을 준다. 그 주장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그 주장 속에 오류와 허구는 들어 있지 않은지를 따져서 문제가 있다면 그것까지를 들춰서 독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의무가 언론에 있다고 보는데 그런 매체를 별로 보질 못하겠다. 심지어 기사 내용 중에 명백한 오류까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한 예는 이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 5월 9일'이라는 대목에 여간 괴이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에 취임했다. 5월 10일 0시부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 5월 9일은 취임하기 전날이다. 그런데 어떻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 5월 9일'인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 5월 9일'이라 해야 사실과 부합한다.


하루 차인데 무슨 대수냐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없다. 하루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에 부합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문제다. 이렇게 명백한 오류가 들어 있고 보면 기사의 다른 부분도 과연 사실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과연 다음 부분도 무척 뜨악하다. 


'... 개정안은 3월 29일 공포됐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은 임기 이전에 풍산개들을 양산 평산마을 비서실로 이관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의 임기는 5월 9일 자정까지이고 3월 29일 개정안이 공포됐는데 임기 이전에 풍산개들을 양산 평산마을 비서실로 이관하지 않았다니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임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 평산마을에 이미 비서실이 운영되고 있었나? 그리고 '하지만'은 왜 쓰였을까? 임기 이전에 풍산개들을 평산마을 비서실로 이관해야 했는데 이관하지 않았다는 뜻인가? 왜 임기 이전에 풍산개들을 평산마을 비서실로 이관해야 하나?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오늘날 수많은 매체애서 기사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지만 사실을 알기 쉽게, 명료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기사가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 5월 9일'과 같은 황당한 오류를 만나면 좌절감마저 든다. 독자는 기사의 오류까지 바로잡아 가며 읽어야 하나. 참 무심한 기사가 많다. 가짜뉴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작가의 이전글 미디어 리터러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