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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13. 2022

가을 고려산

강화도는 이 나라의 많은 섬 중 하나지만 사실 꽤 특별한 섬이다. 단군이 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를 지냈다는 참성단이 있는가 하면 고려 때는 몽골의 침입을 받아 항쟁했던 곳이기도 하고 구한말에 숱한 외침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숱한 고인돌이 강화도에 남아 있다.


강화도에 많은 산이 있지만 남쪽의 마니산이 단연 으뜸이겠다. 참성단이 그곳에 있다. 그러나 북쪽의 고려산도 빼놓을 수 없다 싶다. 봄철에 진달래축제가 열릴 정도로 온 산이 진달래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는 산이 고려산이다. 늦가을날 고려산을 찾았다.


국화저수지 지나 청련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아스팔트길이던 것이 청련사 밑을 지나며 등산로가 시작됐다. 산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한참을 인적 없는 등산로를 걷다가 거의 한 시간만에 사람을 만났다. 정상엔 군부대가 있었고 대신 산 아래 곳곳에 산자락을 조망할 수 있는 데크가 마련돼 있었다. 봄철에 진달래 군락지를 조망할 수 있는 시설이다.


흐리던 날씨가 조금씩 맑아지더니 해가 쨍 하고 빛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방향을 분간 못했는데 차츰 동서남북을 알 수 있었다. 멀리 서북쪽으로 별립산이 버티고 있었고 남쪽으론 혈구산이 펑퍼짐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서쪽으로 보이는 섬은 석모도...


조망대에서 갈림길이 있었다. 북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고 서쪽으로 능선길이 있었다. 능선을 택해서 걷다 보니 고천리 고인돌군을 만났다.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이 해발 250m 내외의 산에 있었다. 낙조봉에 이르기 전 적석사로 하산했다. 적석사는 고구려 장수왕 시대에 창건한 절이라 하니 대단히 역사가 오래다.


강화도에 와서 마니산은 여러 번 가봤지만 고려산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왜 이제야 찾게 되었나 후회가 밀려왔다. 등산로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마니산과 달리 고려산은 곳곳으로 길이 뻗어 있다. 내년 봄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강화도에 고려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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