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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16. 2022

호칭

애정이 담겼으면 됐다

언어마다 경어법이 다르고 호칭이 다르다. 영어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심지어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를 때도 이름을 부른단다. 한국인으로서는 좀체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어의 언어 습관도 예전과 같지 않다.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게 없듯이 말도 바뀐다. 차츰차츰 잘 보이지 않게... 외지에 나간 자식이 부모님께 편지 쓸 때 '기체후일향만강하옵시고...' 하던 것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아버님 전상서'도 거의 사라졌다 싶다. 메일을 보낸다 해도 '아버지께', '어머니께' 정도일 것이다. 그냥 '아빠!', '엄마!' 하기도 하고...


부모가 자식을 부르는 말도 제법 변화가 생긴 듯하다. 예전엔 자식을 부르면서 '아들!', '딸!' 하는 걸 못 들어본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자기 자식을 부르면서 '아들!', '딸!'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긴 예전에는 아들이 여럿, 딸이 여럿인 집이 보통이었으니 '아들!', '딸!'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아들, 어느 딸을 부르는지 모르니...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집사람이 언젠가부터 아들을 부를 때 '아들!'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 삼아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유심히 관찰해본즉 그게 아니었다. 이름을 부르는 법이 없이 언제나 '아들!' 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땐 늘 이름만 불렀는데 왜 이렇게 변했을까.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다. 문제삼을 정도로 잘못된 호칭이라고 하긴 어려워 가만 보고 있다. 그러나 좀 마뜩잖은 건 사실이다. 왜 이름을 놔두고 '아들!'이라 하나. 


'아들!' 하든 '00아!' 하든 애정이 담겨 있으면 됐다. 예절이란 게 따로 있나. 존중과 사랑이 들어 있으면 됐지... 부모 자식의 인연은 여간 깊지 않다. 확률적으로 어마어마한 인연이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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