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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17. 2022

측은지심

얼마나 갑갑할까

친구의 시골 집에 다녀왔다. 1박 2일의 여행을 했다. 그는 몇 해 전 예산에 집을 짓고 그곳에 산다. 닭도 키우고 텃밭에서 채소도 키운다. 닭이 낳은 달걀로 계란후라이도 해주었다. 그가 끓여준 아욱국도 아주 구수했다. 손수 가꾼 푸성귀로 국을 끓였다.


집 입구에 개가 있었다. 품종이 잉글리시 포인터라 했다. 좀 무섭게 생기긴 했는데 순했다. 쓰다듬어 주니 아주 좋아하는 듯했다. 친구가 아끼는 개였다. 그런데 개를 보면서 오늘 따라 유난히 측은해 보였다. 묶여 있어서다. 


개를 단독주택에서 키우면서 묶어두지 않은 사람을 못 본 거 같다. 모든 개는 묶여 있다고 보면 된다. 풀어 두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남을 해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묶어 두는 모양이나 줄에 묶여 있는 개를 보면 여간 애처롭지 않다. 사람 같으면 풀어 달라고 징징댈 텐데 개는 그러지도 않는다. 아마 징징대지 않으니 묶어 두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에게 슬쩍 물어 보았다. 개를 안 묶어 두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느냐고. 친구 말이 묶어 놓지 않아도 개는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욱 개를 풀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 못하는 개라고 해서 그렇게 묶어 두나. 


몇 해 전 어느 지방을 여행하다가 긴 빨랫줄 같은 줄에 개의 목줄을 매달아 놓은 걸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사람들은 보통 1m 정도의 목줄을 매달아 두는데 그 개는 10~20m 정도는 긴 줄 따라 이동할 수 있으니 저 개는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의 다른 개들보다 훨씬 더 큰 자유를 누리지 않는가.


내가 만일 단독주택에 산다면 개를 집 안에서 풀어 놓고 살고 싶다. 담장 안에서라도 자유를 누리게 하면 개한테 얼마나 좋을까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측은지심이 더 커지는 거 같다. 줄에 묶여 있는 개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얼마나 갑갑할까. 그건 내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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