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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28. 2022

이란

이란 국민에게 지지를 보낸다

한국은 이란과 오랜 인연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스님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그가 이란까지 갔다 와서 쓴 여행기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여행기다. 우리가 예전부터 이란을 부른 이름이 많다. 대식국, 사라센제국, ... 


1954년 한국전쟁이 막 끝났을 때 한복남 작곡, 손로원 작사의 페루샤왕자가 지어졌다.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1954년 발매된 '페루샤 왕자'


이란이 한국과 부쩍 가까워진 건 강남에 테헤란로가 생기고서가 아닌가 한다. 1977년 구자춘 서울시장 때 서울은 테헤란과 자매결연을 하고 서울에 테헤란로, 테헤란에 서울로를 두었다. 1977년 당시에 테헤란로가 후일 강남의 중심대로가 될 줄 예상했을까. 지금 2호선 강남역, 역삼역, 선릉역, 삼성역을 지나는 번화가인데...


1979년 이란에 이슬람 혁명이 일어났다. 팔레비왕조가 무너지고 호메이니가 최고지도자가 됐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라흐바르라고 하는데 종신직이란다. 호메이니가 1989년 죽고 라흐바르를 이어받은 알리 하메네이가 지금껏 라흐바르이다. 라흐바르가 곧 국가원수다. 대통령을 선거로 뽑긴 해도 대통령이 국가원수가 아니다. 지금 이란 대통령인 에브라힘 라이시는 작년에 대통령이 됐는데 하메네이가 죽고 나면 라흐바르가 될 가능성이 높단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모양이다.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정치체제를 가진 이란이 지금 반정부시위로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 시위 진입 과정에서 이미 수백 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체포됐다니 보통 심각하지 않다. 왜 반정부시위가 일어났나? 여기에는 2000년생 여대생의 죽음이 계기가 됐단다. 스물두 살 마흐사 아미니는 지난 9월 13일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타를 당한 모양이다. 히잡이 뭔가. 머리에 쓰는 스카프 아닌가. 병원에 실려간 그녀는 사흘 뒤 사망하고 말았다. 이것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적 시위가 일어났다. 당국의 탄압은 가혹했고...


생전의 마흐사 아미니



히잡을 똑바로 쓰지 않았다고 해서 체포해 구타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게 21세기에 가당한 일인가. 문명사회라 할 수 있나. 우리나라도 1970년대에 장발 단속을 하고 긴 머리는 가위로 자르고,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재서 너무 짧은 스커트면 경범죄로 처벌했다. 그러나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다 자율에 맡긴다. 그게 성숙한 사회다. 


각국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는 거야 당연하다. 이슬람국가에서 국민은 율법을 따라야 하겠다. 그러나 복장이 미비하다고 해서 국가권력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다니 알라신의 뜻이 아닐 것이다. 무함마드도 그걸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거부해야 한다. 이란 사태가 가라앉기를 기대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란의 여성 인권이 확대되길 바란다. 누군가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이란 국민들에게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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