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Dec 06. 2022

"쫄지 마"

이상한 국어사전

국어사전이 종종 우리의 믿음을 저버릴 때가 있다. 일상에서 늘 쓰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는데 없을 때다. 구자철, 손흥민이 후배들에게 자주 쫄지 말라고 한단다. 그게 기사에 나왔다. 



그래서 '쫄다'가 국어사전에 어떻게 뜻풀이되어 있나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첫째, '쫄다'가 북한어라는 것이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쫄다'가 북한어라니! 주변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 북한어라고? 그럼 우리가 북한사람이란 말인가. '쫄다'는 북한어가 아니다. 아니, 북한에서도 쓰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말이고 쓰는 말이다. 손흥민과 구자철이 북한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쫄다'는 북한어기 전에 남한말이다. 한국어다.


둘째, '쫄다'가 '졸다'를 구어적으로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쫄다'가 '졸다'를 강조한 말이라고? "쫄지 마!" 하는 말은 무수히 듣지만 "졸지 마!" 하는 사람은 못 봤다. '쫄다'는 '졸다'를 강조한 말이 아니다. '쫄다'는 '쫄다'일 뿐이다. 어원적으로 '졸다'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국어사전을 비판하는 일에 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국어사전은 신주단지가 아니다. 우리의 믿음과 전혀 다르게 기술해 놓은 항목이 꽤 있다. '쫄다'도 그런 예라 생각한다. 한국사람에게 한국어는 내가 늘 쓰는 말이니 국어사전을 찾아볼 일이 별로 없다. 번히 아는 말인데 왜 국어사전을 찾겠는가. 그 허술한 틈을 타 굉장히 쉬운 말이 아주 이상하게 규정되어 있다. 어이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라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