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이란의 22세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지 사흘만입니다. 경찰에서 어떤 가혹 행위를 당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꽃다운 나이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히잡을 허술하게 썼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이 아닙니다.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히잡을 국어사전에서 어떻게 뜻풀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입니다. 국어사전(우리말샘)은 히잡을 '아랍권의 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쓰는 수건'이라 뜻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뜻풀이는 정확합니까?
목숨을 잃은 마흐사 아미니는 이란 여성입니다. 더 정확히는 쿠르드족 이란 여성입니다. 이란 국민의 10% 정도가 쿠르드족이라고 합니다. 쿠르드족은 쿠르드어를 씁니다. 마흐사 아미니는 쿠르드족이지만 이란 국민이었기에 이란 공용어인 페르시아어를 구사했을 것입니다. 아마 마흐사 아미니는 쿠르드어와 페르시아어의 이중언어 사용자였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쿠르드어나 페르시아어나 모두 아랍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흐사 아미니는 아랍권 사람이 아닙니다. 이란 국적의 여성이 어떻게 아랍권 사람입니까? 이란은 아랍이 아니고 따라서 아랍권도 아닙니다.
히잡은 '아랍권'의 이슬람 여성만 쓰지 않습니다. 이란 여성들은 히잡 착용을 엄격하게 요구받고 있습니다. 마흐사 아미니는 그것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고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사전의 생명은 정확성입니다. 히잡은 아랍권 이슬람 여성만이 쓰지 않습니다. 국어사전의 뜻풀이는 수정되어야 합니다.
하나 더 지적할 것이 있습니다. 히잡을 '아랍권의 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쓰는 수건'이라고 뜻풀이한 우리말샘 사전에 '아랍권'이란 말이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습니다. 뜻풀이에 사용된 말이 국어사전에 없으면 그 뜻풀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 국어사전에 '아랍권'이란 말이 없는 이상 '아랍권'이란 말을 단어 뜻풀이에 써서는 안 되고 딴 말을 이용해 뜻풀이를 해야 합니다. 뜻풀이에 '아랍권'을 쓰려면 '아랍권'을 국어사전에 올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