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를 비표준어로 해서 얻는 이득이 뭔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조세희 작가가 별세했다. 이 소설집은 1978년에 처음 나왔다. 44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없이 쇄를 달리하며 꾸준히 팔리고 있단다. 얼마나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는지 알 수 있다.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니 애도해 마지 않는다.
이 유명한 작품과 관련해 표준어를 생각하게 된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은 '써지다'라는 동사 항목에 용례로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올리면서 출전으로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8년에 간행된 초판부터 44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적이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제목을 바꾸었다. 바꾼 이유는 번하다. 1988년 문교부가 표준어 규정을 고시하면서 '-장이'는 장인(匠人)에게 쓰고, 장인 아닌 사람은 '-쟁이'라고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난쟁이는 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난쟁이'가 표준어고 '난장이'는 비표준어가 됐다. 그래서 작품 제목에 든 말이지만 비표준어를 표준어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리말샘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인데 우리말샘에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왜 여기서는 난장이를 난쟁이로 바꾸지 않나. 왜 여기서는 비표준어가 든 제목을 그대로 쓰나. 갈팡질팡을 이해할 수 없다.
이른바 복수 표준어라는 게 있다. 소고기와 쇠고기다 다 표준어다. 복수 표준어기 때문이다. 만일 소고기만 표준어라면 쇠고기는 비표준어가 된다. 거꾸로 쇠고기만 표준어라면 소고기가 비표준어가 된다. 그러나 소고기와 쇠고기가 모두 표준어기 때문에 무얼 써도 틀리지 않다.
소고기/쇠고기는 복수 표준어로 하여 잘 되었는데 레이더와 레이다, 자장면과 짜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한 건 좀체 동의하기 어렵다. 레이다, 짜장면을 표준어로 하고 레이더, 자장면은 비표준어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난쟁이와 난장이는 소고기/쇠고기와 같은 종류라 본다. 난장이는 비표준어이고 난쟁이가 표준어라 하니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표제어의 뜻풀이에서는 난쟁이를 썼다. 이 어찌 우습지 않나. 복수 표준어를 둔 것은 좋은데 복수 표준어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복수 표준어로 하고 복수 표준어로 해야 할 것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난장이를 비표준어로 만들어서 얻는 이득이 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