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하나다
지난 12월 8일 국회본회의에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법안의 내용은 판박이입니다.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에서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로 바뀌었는데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신설된 제7조의2가 "행정에 관한 나이의 계산은 다른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 수 있습니까. 사실 법제처와 국회의원실이 서로 협조해서 이런 법안이 나왔기 때문에 똑같은 게 당연합니다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는 그저 친절한 표현일 뿐 알맹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신설된 행정기본법 제7조의2에 '다른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 들어 있는데 청소년 보호법 같은 법이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청소년 보호법에는 만 19세 미만뿐 아니라 만 19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새해를 맞이한 사람은 청소년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 나이가 아니라 연 나이를 적용합니다. 만 나이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연 나이를 적용하는 청소년 보호법 같은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법은 그냥 놓아두고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로 표시한다'고 넣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하기 쉬운 일은 하고 하기 어려운 일은 안 합니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면 이번 행정기본법 개정에 힘쓴 법제처 담당 사무관을 올해의 최우수 공무원으로 표창한다고 합니다. 왜 표창을 해야 하는지 저는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번에 개정된 행정기본법의 표현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신설된 행정기본법 제7조의2에 행정에 관한 나이라는 표현에 주목합니다. 바보 같은 일입니다. 나이면 나이지 행정에 관한 나이가 있고 또 다른 나이가 있습니까? 나이를 통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면서 행정에 관한 나이라는 표현을 굳이 쓰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더구나 이번 민법 개정에서 제807조의 '만 18세'가 '18세'로, 제1061조의 '滿17歲'가 '17세'로 바뀌었습니다. '만'이 빠졌습니다. 나이는 만 나이니까 굳이 '만'을 쓸 필요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 판에 '행정에 관한 나이'가 무엇입니까? 나이면 나이지 '행정에 관한' 나이가 따로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행정기본법의 '행정에 관한 나이'는 '나이'로 고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