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잘하고 있다
신문 기사 제목으로 "'폭언.부당 지시' 국가 공기업 사장님... 결국 짤렸다'가 눈에 들어왔다. '짤렸다'가 신선하다. 왜냐하면 '짤리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동사」 → 잘리다'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짤리다'를 쓰지 말고 '잘리다'를 쓰라는 거다. '짤리다'는 비표준어이고 '잘리다'가 표준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비표준어는 뭐고 표준어는 뭔지를 생각하게 된다. 왜 '짤리다'는 비표준어이고 '잘리다'가 표준어인가? 된소리에 대한 뿌리 깊은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어서일 것이다. 나는 '잘렸다'고 발음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백이면 백 '짤렸다'고 한다. 모르겠다. 혹시 '규범'을 신주처럼 중요시하는 사람은 '잘렸다'고 발음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신문 기사 제목이 '짤렸다'로 나온 것은 대중이 '짤렸다'고 말하는 것을 반영한다고 본다. 만일 국어사전이 시키는 대로 '잘렸다'라고 제목을 뽑았다면 독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독자들을 놀라게 할 이유가 무엇인가. '짤렸다'고 한 것은 잘했다.
이렇게 말하면 규범을 숭상하고 표준어를 중시하는 사람으로부터 공격당하겠지만 개의치 않는다. 다수의 사람이 말하는 것이 규범이고 표준어지 규범, 표준어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하늘이 정한 게 아니다. 국어사전이 '짤리다'를 그저 '「동사」 → 잘리다'라고만 할 게 아니라 '직장에서 해고되다'라고 뜻풀이하기를 바란다. 아무도 쓰지 않는 가공의 말을 표준어라고 하면서 그걸 쓰라고 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신문이 잘하고 있다. 난 그렇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