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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 젊어진다"는 허구

by 김세중

지난 12월 7일 국회에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고 12월 27일에는 정부가 이를 공포했습니다. 언론은 내년 6월 28일부터 만 나이로 통일된다고 크게 보도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홍보의 힘, 언론의 힘이 막강합니다. 정부가 뒤에서 이를 조종했습니다.


민법은 1958년 제정 때부터 만 나이를 쓰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민법 개정은 아무런 알맹이가 없는 허울뿐인 개정이었는데 정부가 대단한 제도 변화가 있는 양 홍보했고 언론이 이를 받아서 국민에게 알렸습니다.


그런데 깨어 있는 언론이 있었습니다. 먼저 연합뉴스가 팩트체크를 통해서 샅샅이 파헤쳐 보였습니다. 기사를 쓴 연합뉴스의 구정모 기자는 이법 법률 개정은 나이 계산법을 변경한 게 아니고 이미 만 나이를 적용해오던 것을 재확인하는 조치에 가깝다고 정확하게 해석했습니다. 변경이 아니라 재확인을 법 개정을 통해 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선전했습니다.


[팩트체크] 6월부터 '만 나이'로 통일되면 정년 더 늦춰진다? | 연합뉴스 (yna.co.kr)


"...... 하지만 이처럼 만 나이로 통일된 후에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민법상 나이는 이미 예전부터 만 나이를 의미했고, 다른 법에서도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이를 준용토록 해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번 만 나이 통일 조치는 법률·행정에 쓰이는 나이 계산법을 종전과 다르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 나이를 적용해오던 것을 '재확인'하는 조치에 가깝다."


연합뉴스에 이어 비즈한국이 이번 법 개정의 실상에 대해 자세히 풀이했습니다. 비즈한국 전다현 기자의 심층 분석 기사입니다. 정부는 만 나이를 통일해 '대한민국이 젋어졌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바뀌는 부분은 없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비즈한국 (bizhankook.com)


"......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만 나이를 통일해 ‘대한민국이 젊어졌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바뀌는 부분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작 연 나이를 사용하는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은 개정이 안 됐다."


비즈한국은 이어서 전문가의 날카로운 지적을 실었습니다. 제도적으로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이번 법 개정은 뜬금없는 일이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관습은 법 개정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님을 지적했습니다.


"...... 전문가들은 이미 만 나이의 법적 통일이 이뤄진 상태라고 말한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으로 인해) 제도적으로 바뀌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법적 통일은 이미 1962년 1월 1일, 60년 전에 했다. 그 당시 기사들도 지금과 같이 이제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공공기관에서도 모두 만 나이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현재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 것은 뜬금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만 나이 사용이 이뤄지려면 법 개정이 아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교수는 “세는나이를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한밖에 없다. 사람 간의 관계를 언어로 보여주는 게 한국어의 특징이다. 연령을 따져야 호칭과 반말·존댓말 사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한 번에 나이를 먹는 시스템이 필요한 거다. 법이 바뀐 지는 오래됐음에도 아직까지 세는나이를 사용하는 이유다. 결국에는 언어가 과거의 산물이라 불평등을 드러내는 건데, 이런 관습은 법 개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만 나이 통일'이라고 정부가 홍보하지만 깨어 있는 언론 몇 군데서 실제로 바뀌는 건 없다고 짚어 주었습니다. 더 많은 언론에서 이번 법 개정의 의미를 알리기를 기대합니다. 정부가 국민을 호도하고 있고 국회가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그 어떤 법에서도 '세는 나이'(집 나이, 한국식 나이)를 쓰지 않습니다. 민법 같은 법에서는 1958년 제정 때부터 만 나이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고 청소년 보호법, 병역법 등 수십 가지 법령에서 만 나이가 아닌 연 나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는 나이'는 민간에서 생활 속에서 쓸 뿐입니다. 이 '세는 나이'를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민법을 개정한 것은 번지수를 크게 잘못 짚은 것입니다. 성균관, 유도회, 민속학회 등과 같이 한국 전통을 중시하는 단체에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조용한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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