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자연인'도 아닌 '사람'입니다
민법은 제1편 총칙, 제2편 물권, 제3편 채권, 제4편 친족, 제5편 상속으로 되어 있는 방대한 법입니다. 제1편 총칙의 제1장이 통칙이고 제2장이 인입니다. 그런데 인이란 말은 제목에서 한 번 쓰일 뿐 다시는 쓰이지 않습니다. 각 조문에는 모두 사람입니다. 왜 제목에서만 인입니까. 이 인은 어디서 왔습니까?
1958년 2월 22일 제정, 공포된 우리 민법은 일본 민법에 크게 의존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일본 민법이 人을 쓰고 있습니다.
일본 민법에서 人이라 했으니 1950년대에 우리 민법을 작성했던 분들이 그대로 따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어에는 '인'이란 말이 없습니다.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인'은 그저 '인의 장막'과 같은 관용구에서나 쓰일 뿐인 말입니다. 일본 민법에서 人이라고 했다고 우리도 그대로 따라야 합니까? 우리에게는 사람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2015년 법무부에서는 방대한 민법전을 송두리째 오늘날에 맞게 새로 고쳐 쓴 민법 개정안을 만들었습니다. 1년 이상 수십 차례 전문가들이 회의를 통해 마련한 안이었지만 아쉽게도 국회 임기 중에 처리되지 않아 자동폐기되었습니다. 사장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국회에 상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무부가 마련했던 민법 개정안에서 제1편 제2장의 제목은 자연인이라 되어 있습니다. 인을 자연인이라 바꾸었습니다. 인보다는 나으나 자연인도 그리 마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어때서 왜 자연인입니까? 인이 일본 민법을 그대로 옮긴 것인데 자연인은 마침 중국 민법전과 같습니다.
일본어에서 탈피하니 이번엔 중국어입니까? 왜 우리는 큰 나라에 기대야만 합니까? 법인(法人)에 대응되는 개념이라고 꼭 한자어를 써야 합니까? 사람이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앞으로 민법을 개정할 때 인은 자연인이 아니라 사람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굳이 자연인이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누가 자연인이라고 합니까. 사람으로 충분합니다. 국민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민법을 보고 싶습니다. 민법은 국민을 위한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