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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an 08. 2023

기자도 속을 줄 몰랐다

제목으로 소비하는 뉴스

지난 12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통과된 민법, 행정기본법을 정부가 12월 27일 공포했고 언론은 2023년 6월 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2023년 6월 28일부터 나이는 만 나이로 통일되는 줄 압니다.


그러나 천만에 말씀입니다. 현행 민법이 이미 만 나이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민법이 만 나이를 쓰도록 규정한 것은 1958년 2월 22일 제정, 공포할 때부터입니다. 민법은 196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니까 민법상 만 나이를 쓰도록 한 지 무려 63년이 지났습니다. 2023년 6월 28일부터 만 나이를 쓰는 게 아닙니다. 이미 63년 전부터 그랬습니다. 정부가 국민을 기만했고 언론이 덩달아 춤을 추었습니다. 


일반 국민이야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걸 아니까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걸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신문기자까지 속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하긴 신문기자라고 일반 국민과 다를 게 없긴 합니다.


다음은 지난 연말 어느 경제신문의 책 소개 기사입니다. 책 소개 기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년 6월 28일,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 마침내 우리 모두 한두 살씩 어려지게 된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만 나이 통일의 '통일'이 뭘 말하는지 분명치 않지만 '만 나이 통일법'인 민법은 1958년 제정 때부터 만 나이를 쓰도록 규정했고 이번 민법 개정은 실은 개정이 아니라 '재확인'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2023년 6월 28일부터 만 나이를 쓰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했고 기자도 속았습니다. 



기자를 포함해 국민은 뉴스를 읽을 때 내용을 속속들이 읽지 않는 듯합니다. 더구나 의문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읽는 것은 더욱 드물어 보입니다. 오히려 대체로 제목으로 뉴스를 흡수하는 듯합니다. 뉴스 소비를 제목으로 하는 것입니다. 


민법에는 만 나이를 쓰도록 1958년부터 규정되었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일상에서는 한국식 나이가 사용되어 왔습니다. 평행선을 달려왔습니다. 내년 6월 28일부터 일상의 한국식 나이가 없어질까요? 수백, 수천 년부터 써온 '세는 나이'가 하루 아침에 없어질 것 같진 않습니다. 이쨌거나 오는 6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민법이나 지난 63년간 시행되어 온 민법이나 나이 세는 방법은 '만 나이'입니다.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의심스러우면 현행 민법 제158조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158조(연령의 기산점)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


출생일을 산입한다는 것이 바로 만 나이로 계산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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