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치매

뇌노화가 어떨까

by 김세중

정부가 '치매' 용어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는 기사를 읽고 놀랐다. 이미 치매가 다른 말로 바뀐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 바뀐 건 없었고 보건복지부가 10여 명의 전문가, 환자 가족 단체 사람들로 치매 용어 개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1월 16일 그 1차 회의를 열었단다. 아마 한두 번 회의로 결과가 나올 것 같진 않고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이미 2011년부터 국회에서 병명 개정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통과된 것은 없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서도 그동안 치매를 다른 말로 바꾸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했단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연구 용역으로 병명 개정을 위한 연구를 했고 국민 대상으로 '치매'라는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여론 조사도 했다. 그러나 결론을 내지 못해 이제 다시 새 용어를 찾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모양이다.


돌이켜 보면 치매(癡呆)라는 말은 20세기초 일본의 의학자가 만든 말로 우리도 받아들이고 중국에서도 썼단다. 치매 이전에 우리 조상들은 노망이라 했다. '노망 들다', '노망 나다', '노망 들리다', '노망하다' 등과 같이 썼다. 늙어서 망령이 든 걸 노망이라 한 것이다. 노망보다는 치매가 어감이 좀 나아 보이지만 치(癡)가 어리석을 치고, 매(呆)가 어리석을 매니 역시 어감이 좋을 리 없고 그래서 치매란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노망도 안 되고 치매도 안 되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2021년에 팩트경제신문에서 치매를 대체할 말 공모를 했을 때 3천 명이 넘는 국민이 갖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한다. 수많은 제안이 들어왔는데 '인지저하증', '인지흐림증', '인지장애증', '기억장애증' 같은 말이 그 중에서 비교적 많은 사람이 제안한 거란다. 다만 민간에서 시도한 공모여서 어떤 결론을 내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웃나라들의 움직임도 재미있다. 대만은 失智症을 만들어 쓰고 있고 일본은 認知症을, 중국에서는 脑退化症이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제일 정직하고 대만은 약간 누그러뜨렸으며 일본의 認知症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온다. 자꾸 쓰면 익숙해질지 모르지만 認知症이라니 말이 되나?


병명을 바꾸는 것 자체도 찬반 양론이 있다. 치매를 왜 굳이 바꾸려고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정신분열증조현병(調絃病)으로 바꾸었고 간질뇌전증(腦電症)으로 바꾸어 거부감을 줄인 경험이 있다. 치매도 좋은 말이 나타난다면 바꿔볼만하다고 본다. 문제는 대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내게 대안을 말해 보라고 한다면 뇌노화증 또는 뇌저하증을 제안하고 싶다. 치매는 분명 에 이상이 생긴 병이다. 그걸 숨길 이유가 있을까. 노화는 부정적 느낌이 별로 없어 보인다. 노화를 부정할 수 있나. 저하도 마찬가지라 본다. '인지저하증', '인지흐림증'도 좋지만 말이 좀 길다. 두 음절인 치매를 쓰다가 다섯 음절로 말해야 한다면 번거롭다. 한 글자라도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뇌노화증, 뇌저하증은 뇌노화, 뇌저하로 줄일 수도 있다. 대한치매학회가 있다. 의학자들의 모임이다. 대한뇌노화학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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