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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an 18. 2023

버튼 홈스(1870-1958)

가장 오래된 한국의 영상을 남긴 이

독일인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가 1925년에 한국에 와서 찍은 영화는 실로 놀랍다. 그의 진지한 기록 정신이 한국의 약 100년 전 사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여간 귀중한 기록이 아니다. 그러나 베버 신부의 영화만큼 길고 체계적인 영상물은 아니지만 훨씬 이른 시기에 한국의 모습을 영상에 담은 이가 있었으니 미국인 일라이어스 버튼 홈스(Elias Burton Holmes)다. 버튼 홈스는 한국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긴 최초의 인물이다.


버튼 홈스와 노르베르트 베버는 공교롭게도 1870년생 동갑이다. 별세하기는 베버가 버튼 홈스보다 2년 이르다. 베버 신부는 1956년에, 버튼 홈스는 1958년에 영면했다. 


일라이어스 버튼 홈스 


버튼 홈스는 세계적인 여행가요 여행작가였으며 영화제작자이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는 그의 이름이 들어 있는 별 모양 동판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미국 영화산업에 큰 업적을 남겼다. 버튼 홈스는 또 travelogue라는 말을 만들어낸 말이기도 하다. travel과 monologue를 합쳐서 travelogue를 만들어낸 게 1904년 무렵이란다. 그는 요즘 말하는 여행 블로거였던 것이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버튼 홈스는 엄청난 여행가였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난 것이 그를 여행가로 이끌었다. 13살 때인 1883년에 이미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온 세계를 다니며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책을 썼다. 


버튼 홈스가 남긴 말이 참 대단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하는 것은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여행자는 많은 재산을 소유한 사람보다 더 완전하게 세계를 가진다. 재산 소유자는 자기가 소유한 것의 노예가 된다." 재산을 움켜쥐고 그 재산의 노예가 되기보다 훌훌 여행을 떠나며 온 세상을 보고 다니는 게 더 낫다는 뜻이겠다. 


버튼 홈스가 1901년 한국에 와서 찍은 동영상의 분량은 비록 채 5분도 되지 않지만 당시 이 땅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서울 시내에서 바삐 오가는 사람들, 활터에서 사람들이 활 쏘는 모습, 어린 아이 둘이 걸신 들린 듯 허겁지겁 밥을 퍼먹는 모습... 무려 120년도 더 전 모습이다. 지금이야 가볍고 자그마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세상이지만 당시엔 영상 촬영 기기가 얼마나 크고 무거웠을까.


버튼 홈스, 노르베르트 베버와 같은 기록 정신에 투철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100년 전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그들은 한국의 풍경과 문화를 애정을 가지고 지켜 보고 영상에 담았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이 나라는 얼마나 변했나. 산천이 바뀌고 풍습과 문화, 문물 뭐 하나 달라지지 않은 게 없다. 또 앞으로 얼마나 달라질지 알 수 없지만 푸른 눈의 서양인들이 남긴 영상을 통해 이 땅의 옛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아 여간 신기하고 흥미롭지 않다. 그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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