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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법을 고치지 않나?

민사소송법의 '신의에 좇아'는 이미 20년 전 고쳐졌다

by 김세중

민사소송법은 이른바 육법의 하나로 매우 중요한 법입니다. 민사소송법은 1960년 4월 4일 제정되고 196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민법과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개정되었는데 1990년 1월 13일 개정하면서 제1조가 다음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제1조 (신의성실의 원칙)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ㆍ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당사자와 관계인은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이에 협력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정 당시에는 없었던 ‘신의성실의 원칙’이 약 30년 후 제1조에 들어갔습니다. 민법 제2조가 신의성실의 원칙이니 민사소송법에도 이를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신의에 좇아’라고 했습니다. 민법 제2조에 ‘신의에 좇아’라 되어 있으니 민사소송법에도 똑같이 썼을 것입니다.


그런데 민사소송법은 2002년 1월 26일 일부 개정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제1조 (민사소송의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 ①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


제1조가 제1항과 제2항으로 쪼개지면서 제2항에 신의성실의 원칙이 담기는데 ‘신의에 좇아’를 ‘신의에 따라’로 바꾸었습니다. ‘신의에 좇아’를 왜 ‘신의에 따라’로 바꾸었겠습니까? ‘신의에 좇아’는 국어 문법에 맞지 않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에 좇아’는 일본어를 잘못 번역한 말입니다.


이렇게 민사소송법은 2002년 1월에 바르게 고쳐졌는데 민법은 2023년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민법 제2조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로 ‘신의에 좇아’가 버젓이 남아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의 ‘신의에 좇아’는 ‘신의에 따라’로 바로잡았는데 왜 민법의 ‘신의에 좇아’는 그대로 있습니까?


민법 제2조 제1항의 ‘신의에 좇아’는 부끄러운 우리 법조문의 모습입니다. 민법은 국가의 기본법입니다. 기본법이 문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법무부와 국회는 계속해서 수수방관하고 있을 겁니까? 민법의 정화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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