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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민법 배우러 학원 가는 로스쿨생들

견강부회, 아전인수일까

by 김세중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학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대학원이라도 같은 대학원이 아니다. 그런데 로스쿨생들이 학교 수업의 질이 떨어져 학원에 다닌다는 기사가 나왔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로스쿨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 학원을 다닌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다닌다. 학문을 연마하고 법학자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다니는 게 아닐 것이다. 학교 수업을 성실히 받으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걸 로스쿨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오죽하면 학원까지 다니나. 이해가 선뜻 가지 않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로스쿨에서 충분히 해주지 않는 변호사 시험 준비를 학원에서 잘 시켜주는데 왜 학원에 안 가겠나. 돈이 들어도 학원을 다닐 게다. 당연한 이치다. 아무쪼록 로스쿨 경영자들이 이런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나는 여기서 좀 다른 문제를 짚고자 한다. 민법은 변호사 시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어떤 법보다 비중이 높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런 민법이 로스쿨생들에게 '영원한 숙적 과목'이라고 한다. 가장 비중이 높은 과목이 영원한 숙적 과목이라니! 왜 이런가?


가장 큰 이유는 민법의 내용 자체가 의미심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법은 로마법에 뿌리를 두고 있고 여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 않다. 갖가지 제도가 얽히고 설켜 참으로 복잡미묘하다. 그러니 공부가 쉽지 않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민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게 있으니 민법 조문에 말도 안 되는 비문이 많다는 사실이다. 1950년대에 일본 민법을 거의 베끼다시피 해서 만든 민법에는 국어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 안 되는 문장이 너무 많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은 붙들고 앉아 머리를 싸매고 달려들어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인데 어떻게 쉽게 이해되나. 민법 조문은 문법을 지켜 정확한 문장으로 씌어 있어도 의미심장하기 때문에 음미해서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아예 문법도 안 지켜서 말이 안 되는 문장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공부가 쉬울 리 있나. 학원에 달려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필자는 민법이 로스쿨생들에게 영원한 숙적 과목인 것이 민법에 비문이 많은 탓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날더러 아전인수, 견강부회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비판해도 좋다. 사실인 걸 어쩌란 말이냐. 민법의 비문은 반듯하게 고쳐져야 한다. 65년 동안이나 방치돼 왔다. 로스쿨생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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