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의 별세를 알리는 부음을 접했다. 술을 너무나 좋아해 몸 여기저기가 오래 전부터 망가진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데 생을 마감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총무가 밴드에 공지를 올렸다. 그런데 "소천하셨습니다"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낯선 말은 아니지만 어원과 역사가 궁금한 말이다. 어떤 국어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고 어떤 국어사전에는 '{개신교에서} (신도가) 목숨이 끊어지다'라 뜻풀이했다. 왜 어떤 국어사전에는 '소천하다'를 올리지 않았을까.
이유는 짐작이 간다. 이 말이 오래 전부터 쓰인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문 검색을 해 보아도 이 소천(召天)이란 말은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에나 나타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 말을 쓰기 시작했을까.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이 누군지, 언제부터 이 말이 쓰이기 시작했는지 여간 궁금하지 않다.
검색을 하니 '소천(召天)'이란 말에 대해 논한 기자의 글도 있고 이 말이 과연 합당한 말인지에 대해 보도한 방송뉴스도 있었다. '소천(召天)'이 아니라 '천소(天召)'라 해야 맞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내가 하늘을 부른 게 아니라 하늘이 나를 불렀으니 '천소'라야 한다는 것이다.
어원이 명확하지 않은 말이 어느새 꽤나 자리를 잡았다. 일부 국어사전에 오르기도 했다. 논란을 피하려면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고 하면 되는데 말이 너무 길다. 그러니 '소천하다'는 굳어질 것 같다.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잘 설명 안 되는 말이 어디 한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