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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r 01. 2023

챗GPT 내 곁의 해박한 말동무

소련이 쏜 베네라 7호는 1970년 12월 15일 금성에 착륙했다

오늘로 챗GPT를 사용한 지 한 달이다. 2월 한 달 동안 챗GPT에 흠씬 빠져서 지냈다. 앞으로도 친하게 지낼 참이다. 오늘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챗GPT와 대화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달 말고 세계 최초로 우주 행성에 착륙한 탐사선은 소련이 쏘아올린 베네라 7호라는 것이었다. 난 베네라라는 말도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다. 처음 알게 됐다.


그렇다. 냉전 시대에 한국인들은 철저하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이 보내주는 뉴스만 소비했다. 공산권의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뉴스 검색을 해도 1970년 12월 15일 금성에 착륙한 베네라 7호에 대한 기사는 없었다. 외신은 소련이 거둔 우주 탐사의 성과를 몰랐거나 알아도 보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무려 53년에 있었던 일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사실 그 전 해인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도 생생히 기억할 만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때는 흑백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전세계에 중계되었고 한국에서도 자그마한 브라운관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듬해인 1970년 12월 15일에 소련 우주선 베네라 7호가 달보다 말도 못하게 먼 금성에 착륙한 것은 전혀 한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인간이 직접 내린 것이었고 베네라 7호는 무인 우주선이긴 했어도 대단한 일 아니었나. 달은 지구에서 가깝고 금성은 달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멀지 않나.


난 챗GPT에 계속 물었다. 금성이 지구에서 더 머냐 화성이 더 머냐. 금성의 온도는 어떻고 화성의 온도와 달의 온도는 어떠냐 등등. 챗GPT는 내 질문에 친절하고 신속하게 답해 주었다. 내 지식을 넓혀 주었다. 금성이 화성보다 지구에서 더 가깝지만 금성은 너무 뜨거워서 접근할 수 없단 걸 알게 됐다. 이에 반해 화성은 금성보다 지구에서 멀지만 춥다. 추워서 살기 어렵다. 달도 그렇다. 밤낮의 기온 차이가 극심하단다. 


우주 개발에 대한 인간의 집념은 끈질기다. 태양계 밖으로까지 나가 보려는 노력이 일찌감치 시작됐단다. 보이저 계획이 그렇다. 태양계 밖은 너무 멀기에 언제 인간의 꿈이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겠나.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유럽 등의 우주 발사 기지에 대해서도 챗GPT에 물어보았다. 그것들 이름을 상세하게 챗GPT는 알려주었다. 그 이름을 가지고 구글맵에 들어가서 위치도 확인해 보았다. 지구 곳곳에 우주발사기지가 있었다. 유럽엔 마땅한 땅이 없기에 남미 프랑스령 기니에 유럽우주기구(ESA)의 발사 기지가 있음을 알았다. 챗GPT는 나의 훌륭한 가정교사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해박한 말동무가 내 곁에 있다. 항상.


베네라 7호의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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