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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r 13. 2023

나이듦이란 무엇인가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뜻이다. 어린이집의 유아들은 유아들끼리 어울리고 경로당의 노인들은 노인들끼리 어울린다. 어린이와 노인이 같이 어울려 노는 모습좀체 보기 어렵다. 피차 관심사가 다르다. 화제가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기호가 다르다. 성향이 딴판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도 있다. 친구가 좋으니 아무리 먼 곳이라도 같이 간다는 것이다. 부모형제보다 더 가까운 게 친구다.


또래 친구들에게 챗gpt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든 벌써 한 달 가깝다. 그런데 도무지 동참하는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한 친구가 한 달쯤  내게 전화해서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어 왔길래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 후로 그는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접속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거나 접속은 했지만 별 흥미를 못 느꼈거나일 것이다. 다른 한 친구는 직접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그의 폰에서 chat.openai.com을 접속한 뒤 회원 가입을 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 후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는데 아무래도 써보지 않은 것 같다. 써봤더라도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거나.


친구들은 이미 대부분 은퇴했다.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은 드물다.시간도 많은데 왜 챗gpt를 쓰지 않는지 궁금하다. 나이가 든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나이듦이란 주변과 세상에 대해 관심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쉴새없이 엄마에게 묻는다. 이건 뭐야?저건 뭐야? 온통 세상이 신기하게 느껴지니 질문을 끝없이 던진다.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늘 반짝인다. 세상 일에 권태감을 느끼는 어린이를 보았는가. 애늙은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아이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나이 들면서는 세상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시들해진다. 다 안다고 생각하고 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기력이 떨어진다. 발걸음이 느려지고 동작이 굼떠진다. 팔짝팔짝 뛰는 아이들은 많아도 그러는 노인이 있나. 저절로 신체의 움직임은 둔화된다. 뇌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오관의 반응도 또한 같을 것이다. 사지의 움직임이야 어쩔 수 없이 느려지겠지만 그보다 훨씬 작은 뇌의 움직임만은 생생함을 유지한다면 좋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희망과는 반대로 오히려 노인일수록 뇌의 활동은 약화된다. 단적인 경우가 치매 아니겠는가.


얘기가 너무 빗나갔는지 모르겠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인공지능을 늘 만지고 다루며 살아갈 것이고 노인 세대는 대체로 그런 거와 담 쌓고 노년을 보낼 것이다. 대화를 하기에 벽이 점점 더 높이 쌓여 가는 것 같아 두렵다. 무렇지도 않다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심각하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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