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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r 15. 2023

왜 이중 생활을 하나?

민법의 오류는 바로잡아야 한다

법률신문에 한 지방법원 지원장의 글이 실렸다. 조 경력이 30년 가까운 법조인답게 글이 논리정연했다. 그런데 이 분 글의 한 문장이 희한했다. 다음과 같았다.


"... 이를 위반하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의 판결을 해야 한다. ..."


어떻게 한 문장 안에서 '이를 위반하면'이라고 했다가 '규정에 위반하여'라고 하는가? '위반하다'는 앞에 나오는 명사에 조사 '을/를'을 써도 되고 '에'를 써도 되는 동사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을 위반하다' 용법만 제시되어 있다. '~에 위반하다'는 있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라는 표현이 쓰였을까. 이유는 민법전에 있다. 1958년에 공포된 민법에는 스무 군데 가까운 '~에 위반하다' 예가 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고시에 합격해야 하고 고시 공부하는 중에 법조문을 수도 없이 참조했을 것이다. 그리고 판사 생활을 하면서도 같다. 수없는 판결물을 쓰면서 법조문을 참조했을 텐데 그러다 보니 법조문에 있는 '~에 위반하다'가 몸에 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데 법조인이기 전에 판사는 국민의 한 사람다. 한국인은 '위반하다'를 쓰면서 '~을 위반하다'로 쓰는 게 몸에 배 있다. 결국 판사가 쓴 글에 '~을 위반하다'와 '~에 위반하다'가 뒤섞여 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위반하다'는 일상 국어의 '위반하다'와 법률 속의 '위반하다'가 따로 있지 않다. '위반하다'는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민법 조문의 '~에 위반하다'는 단순히 문법을 어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끌어안고 가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어서 바로잡아야 한다. 무려 65년이나 고치지 않고 지금껏 끌어안고 왔다. 더 늦추어서는 안 된다. 민법에 있는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은 문법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오류인 줄 번히 알면서도 가만히 내벼려 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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