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Mar 23. 2023

"오타를 찾아라"

법조문의 오류도 바로잡아야

"판사가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 중 하나는 오타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오기나 오타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어느 문서든 마찬가지겠지만, 판결문에 잘못 기재된 숫자 하나로 판결의 결론이 달라지고 잘못 기재된 글씨 하나로 판결의 정합성과 완결성이 해쳐질 수 있으므로, 판사로서는 판결문 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오타가 없는지에도 신중을 기하게 된다. ..."


한 신문에 실린 판사의 글이다. 판사가 판결문을 쓰면서 오타를 없게 하려고 얼마나 애쓰는지를 잘 보여준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안타깝고 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판사들의 재판 활동의 바탕인 법률 조문에 오자와 비문이 숱하게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제195조(점유보조자) 가사상, 영업상 기타 유사한 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지시를 받어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때에는 그 타인만을 점유자로 한다.


민법 제195조의 '받어'는 '받아'라야 한다. '받어'는 오자이다. 왜 이런 오자는 그냥 내버려 두나.


 제77조(해산사유)

②사단법인은 사원이 없게 되거나 총회의 결의로도 해산한다.


민법 제77조 제2항의 '사단법인은 사원이 없게 되거나 총회의 결의로도 해산한다'는 말이 안 되는 문장이다.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이다. '사단법인은 사원이 없게 되거나 총회가 결의할 때에도 해산한다'라야 반듯한 문장이다. 왜 이런 비문은 그냥 두나.


민법 조문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판사의 소관이 아니다. 입법기관인 국회 소관이다.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 물론 정부도 법안을 제출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나서도 된다. 판사가 오자나 비문 같은 잘못된 민법 조문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판사는 법조문에 근거해서 재판을 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판사는 법조문의 오자, 비문을 고치라고 국회와 정부에 요구해야 하지 않나. 왜 침묵, 외면하고 있나. 그것이 답답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국제형사재판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