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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r 24. 2023

인공지능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

인공지능이 할 일이 있고 사람이 할 일이 있다

챗GPT를 활용한 서비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인 뤼튼챗 뤼튼을 무료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써보았다. 챗 뤼튼에게 '산책에 관해 수필을 써줘'라고 하니 몇 초 후에 글이 하나 뚝딱 만들어져 나왔다. 챗 뤼튼이 생성해 놓은 글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무척 당혹스럽다.


수필은 경험이나 통찰에서 우러나오는 글이다. 경험이나 통찰은 인간만이 할 수 있지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도 그것이 기계인 이상 무언가를 경험하고 통찰할 수 있나. 아닐 것이다. 그럴 수 없다. 경험한 척, 통찰한 척할 수는 있을지언정 실제로 경험하고 통찰하지는 못한다. 


그래서일까. 챗 뤼튼이 만들어 놓은 문장을 읽다 보니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산책을 통해 인간관계를 쌓고 인간성을 키울 수도 있다는데 산책과 인간관계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인간관계를 쌓기 위해 산책을 하는 사람도 있나. 누구와 같이 산책을 할 경우라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산책은 반드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인공지능이 소설도 쓰고 수필도 쓰고 논설도 쓴다. 내용의 완결성, 깊이 등 글 자체의 수준도 문제지만 도대체 인공지능이 쏟아내는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누가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들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인공지능이 시, 소설, 수필 등을 쓰는 것에 대해 비판한다 해도 인공지능이 이런 장르의 글을 쏟아내는 걸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법규와 제도도 그런 걸 못 막을 거 같다. 그런 법규와 제도가 생겨날 걸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사람이 인공지능의 산출물을 잘 다루는 수밖에 없겠다.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되면 될수록 인간의 지적 능력은 퇴화될 수 있다. 쓰지 않으면 퇴화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해야지 인간의 고유한 능력과 활동을 위축시키는 쪽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 긴 책을 요약하는 일을 인공지능에 맡긴다면 그건 유익할 게다. 그러나 상상력을 발휘하고 경험에서 통찰하는 등의 일을 인공지능에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유용성과 한계를 잘 가리는 일이 아주 중요함을 실감한다. 인공지능이 할 일이 있고 사람이 할 일이 있다.


챗 뤼튼에게 수필을 쓰게 하였더니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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