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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r 30. 2023

띄어쓰기 혼란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나

규정은 잘못 없다. 사전이 문제다

한국경제신문에 '국어원은 띄어쓰기 혁신에 나서라'라는 칼럼이 실렸다. 이 신문의 기사심사부장이 쓴 글이다. '뒷좌석'은 붙여써야 하고 '앞 좌석'은 띄어써야 하니 어찌 혼란스럽지 않냐고 했다. '검은돈'은 붙여쓰는데 '눈먼 돈'은 띄어써야 하니 당황스럽다 했다. 공감한다.


그런데 칼럼은 "혼란의 주범은 맞춤법이다. 종범은 국립국어원이고. 단어는 띄어 쓰고 보조동사는 붙여 쓸 수 있다고 한 규정이 대표적이다."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차라리 띄어쓰기 규정을 모두 없애면 어떤가. 보기 좋게 나름 적당히 띄어 쓰자는 얘기다."라고 했다. 


여기서 나는 칼럼 쓴 분의 문제 제기에는 전적으로 찬동하면서도 '띄어쓰기 규정을 모두 없애자'는 주장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띄어쓰기에 관해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띄어쓰기 '규정'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띄어쓰기 규정은 무엇인가. 한 단어면 붙여쓰고 단어와 단어 사이는 띄어쓰라는 것 아닌가. 그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지구상의 언어들은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보편적인 원칙이다.


문제는 무엇을 한 단어로 보느냐이다.  사전 편찬이 문제다. 단어라면 사전에 올려야 하는데 단어인데도 사전에 안 올라 있거나 단어가 아닌데도 사전에 올라 있으니 문제인 거다. '검은돈'이 사전에 올라 있는 것은 사전 편찬자가 '검은돈'을 단어로 보았기 때문이고 '눈먼돈'을 사전에 올리지 않은 것은 '눈먼돈'을 단어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먼돈'이 단어라면 사전에 올려야 한다. 나는 '눈먼돈'이 단어라고 생각한다. '검은돈'은 단어인데 왜 '눈먼돈'은 단어가 아닌가. 이유가 뭔가.


가장 우스꽝스러운 것이 '띄어쓰다', '붙여쓰다'를 단어로 보지 않아서 국어사전에 올려 놓지 않은 것이다. '갈겨쓰다', '날려쓰다', '풀어쓰다', '모아쓰다' 등은 단어로 국어사전에 올렸으면서 '띄어쓰다', '붙여쓰다'를 사전에 올리지 않음으로써 '띄어 쓰다', '붙여 쓰다'처럼 띄어쓰고 있으니 희극도 이런 희극이 없다. 띄어쓰기의 혼란은 단어와 단어는 띄어쓴다는 규정 때문에 빚어지는 게 아니라 단어를 사전에 올리지 않은 사전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사전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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