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Mar 31. 2023

막냇동생?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띄어쓰기 규정을 제대로 고치라는 주장을 담은 칼럼이 실렸다. '검은돈'은 국어사전에 있는데 '눈먼돈'은 없고, '뒷좌석'은 있는데 '앞좌석'은 없으니 어찌 혼란스럽지 않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혼란은 띄어쓰기 규정 때문이 아니고 사전 때문이다. 띄어쓰기 규정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 사전 편찬자들이 띄어쓰기 규정의 적용을 잘못한 것이다. 


이런 예가 사이시옷에서도 발견된다.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되면 앞말의 받침에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는 게 한글 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 규정이다. '고개'와 '길'이 합쳐져서 합성어 '고개+길'이 될 때 뒷말의 '길'이 '낄'로 되면 '고갯길'로 적는다. '고개길'로 적지 않고. 


그런데 합성어라고 해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반드시 바뀌는 게 아니다. '물고기'는 발음이 [물꼬기]지만 '불고기'는 발음이 [불고기]지 [불꼬기]가 아닌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어떤 합성어에서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되지만 어떤 합성어에서는 그런 현상이 안 생긴다. 왜 그런지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히 그렇다. '김밥'은 [김빱]이라 하지만 '콩밥'은 [콩빱]이라 하지 않는데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랴.


'막내동생'의 발음은 [망내생]이라 하지 [망내생]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을 살아오면서 보지 못했다. 주변의 그 누구도 [망내똥생]이라고 발음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어사전에는 '막내동생'의 발음이 [망내생]이라 돼 있고 그래서 표기가 '막내동생'이 아니라 '막냇동생'으로 돼 있다. 여간 황당하지 않았다. 사이시옷 규정 적용을 잘못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일을 겪었다. 고3 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는데 학생에게 '막내동생'의 발음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망내생]이라고 한다지 뭔가. 순간 어지러웠다. [망내생]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을 처음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도대체 2005년생인 이 학생은 어떻게 해서 '막내동생'을 [망내생]이라고 발음할까. 가족이 그렇게 발음하니까?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쳐서?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말은 변한다지만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이유를 알 길이 없다. 말이 사전에 영향을 받는 건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사전이 말을 따라가야지 사전에 말이 따라가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지 옷에 몸을 맞춰서야 되겠는가. [망내생]이 사전 때문에 생긴 발음 현상인지 어떤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막냇동생'이라는 기괴한 표기를 정당화시켜 주는 발음 현상을 접해서 혼란을 겪고 있다. 


규정 자체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현상도 있다. 전국에 수많은 둘레길이 있지만 어디서도 '둘렛길'이나 '올렛길'이란 표기는 보이지 않는다. 발음은 누구나 [둘레], [올레] 하면서도 맞춤법 규정대로 '둘길', '올길'로 적지 않고 '둘길', '올길'로 적고 있으니 한글 맞춤법이 보기 좋게 무시당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말샘> 국어사전에도 '둘레길', '올레길'이라 올라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말은 편하게 써야 한다. 차제에 한글 맞춤법을 해체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띄어쓰기 혼란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