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는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지나면 있는 섬이다. 영종도와 무의도 사이에 다리(무의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무의도를 가려면 배를 타야 했다. 그 배를 참 여러 번 탔었다. 이젠 배가 다니지 않는다. 다닐 이유가 없다. 근사하고 웅장한 다리가 2019년 4월 개통되었기 때문이다. 무의대교는 과연 大교라 할만해 보인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무의도에 갔다. 자전거로는 적어도 3년 이상 된 것 같고 차 타고 간 건 1년쯤 지난 것 같다. 토요일 낮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1터미널역에서 내렸다. 인천공항은 코로나가 해제되어 여행객들로 여간 북적이지 않았다. 바로 터미널을 빠져 나와 자전거를 갖고 육상으로 올라왔다. 바람이 제법 세찼다. 옷을 얇게 입고 온 걸 후회했다. 어쩔 수 없었다.
무의도로 간다. 미리 길을 대충 익혀 두었지만 파라다이스시티 앞에서 잠시 멈칫해야 했다. 갈림길을 만나 어디로 가야 하나 망설이다 직진하는 길은 자전거가 지날 수 없어 보여 좌회전했다. 그러나 그 길로 가는 바람에 고생을 꽤 했다. 섬 맨 바깥에 난 영종해안남로를 야 했는데 편도 2차로인 도로에 갓길이 없어서 초긴장한 채 달려야 했으니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3km를 달려 잠진도 들어가는 입구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3km가 그리 긴 줄은 미처 몰랐다. 네거리에서 좌회전해 잠진도 방향으로 향했는데 옛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잠진도 끝 부분에 무의대교 올라가는 램프가 있다. 오르막을 올라 무의대교에 들어섰다. 완만한 오르막이 꽤 오래 이어졌다. 정점 부근에 멈춰 서서 서쪽으로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가히 일망무제였다.
무의도에 진입하기 위해 다리를 쏜살같이 내려가니 예전에 배 타기 위해 기다렸던 곳이 나왔다. 무의도는 외길이다. 가다가 실미도로 빠지는 길이 맨 먼저 나오고 이어서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고 끝까지 가면 소무의도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하나개해수욕장 일대니 실미도 가는 길은 그냥 지나쳤다. 곧 언덕이 시작됐는데 예전보다 길이 한결 넓어져서 여간 쾌적하지 않았다. 이제 자전거로 다니는 게 별로 부담스럽지 않아 보였다. 전엔 갓길이 없었는데...
SK연수원과 큰 카페 하나를 지나니 하나개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마을이다. 거기에 치안센터를 비롯해 공공기관이 몇 있었다. 하나개해수욕장으로는 아마 처음 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언덕이 시작됐지만 그리 길지 않았다. 곧 정점에 다다랐고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다리가 머리 위로 나 있었다. 저 다리를 등산하면서 건넌 기억이 난다. 그곳을 지나니 내리막이고 얼마 안 가 오른쪽으로 자연휴양림 가는 길이 나타났고 과감하게 그리로 자전거를 몰았다. 세찬 언덕이 시작됐고 얼마 안 가 매표소처럼 보이는 초소가 있었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그곳을 통과해서 계속 달리다 보니 실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에는 깔끔한 숙소가 여간 많이 자리잡고 있지 않았다. 집마다 섬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실미도, 굴업도, 문갑도, 선갑도, 초지도... 다 무의도 주변 섬들이다. 다음에 한번 이용해야겠다 생각하고 휴양림을 되나왔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전엔 입장료를 받았던 모양이나 지금은 무료 입장이었다. 해변이 곧 나타났다. 모래가 곱다. 아직 4월초니 물에 뛰어든 사람은 없었지만... 저녁이 가까웠기에 야영할 장소 물색에 나섰다. 해수욕장 부근은 도무지 그럴 데가 없었다. 평평한 곳도 잘 안 보였지만 사람들이 많아서다. 누가 와서 뭐라 할지 모르니 말이다. 근처 솔밭도 어슬렁거려 보았으나 마땅한 데가 없어 좀 더 산 위로 향했다. 등산로를 가다가 호젓한 곳에 평평한 데가 있어 그곳에 텐트를 쳤다. 해가 지자 기온은 더욱 내려갔다. 얇은 여벌 옷을 여럿 가지고 왔지만 추위를 이겨내긴 턱 없이 부족했다. 밤새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얇은 옷 여러 벌은 소용이 없고 두툼한 옷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그건 부피가 커서 엄두를 못 냈는데 어떡하든 그렇게 했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장비를 걷어서 철수하고 산을 내려왔다. 해수욕장으로 갔다. 무의도해상관광탐방로가 해수욕장 끄트머리에서 시작됐다. 자전거를 묶어놓고 걷기 시작했다. 곧 계단이 나타나면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바닷가로 탐방로가 개설돼 있어 바다도 보고 육지 쪽의 기암괴석을 볼 수 있었다. 길이가 약 1km쯤 돼 보였다.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다. 왼쪽으로 육지 쪽엔 오랜 세월이 빚어낸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있었다. 그곳에 사람들은 사자바위, 부처바위, 불독바위, 원숭이바위, 햄버거바위 등 온갖 이름을 다 붙여 놓았고 심지어 총석정도 있었다.
아침부터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다. 참 부지런키도 하다. 7~8명의 여인들이 함께 다니는데 해변에서 내게 사진 찍어주기를 부탁하기에 흔쾌히 응했는데 그 중 누가 "우리보다 아저씨가 더 행복해해." 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는 게 좋아... 탐방로 끝에 낮은 키의 기묘한 작은 바위들이 수백, 수천 개 백사장에 박혀 있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느냐, 계단을 올라 산으로 가느냐. 당연히 안 가본 길로 간다. 산으로 가는 듯하다가 다시 하나개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산책로가 나 있었다. 서울 근교에서 이렇게 호젓한 산책로를 찯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제3, 제2, 제1 전망대가 차례로 나타났다. 제3전망대가 가장 근사했다. 넓기도 넓고... 산책로가 끝나고 다시 하나개해수욕장이었다.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 있었다. 단체관광버스도 분주히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코로나가 저 멀리 갔음을 확인했다.
이제 서울로 돌아간다. 무의대교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데 반대편에서는 젊은 자전거인들이 계속 맹렬하게 달려온다. 난 이제 돌아가는데 그들은 들어오고 있다. 무의대교를 다시 건넜다. 잠진도 들어가는 입구에 전망대 표시가 있었다. 용유하늘전망대였다. 전에는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다. 그러나 본 이상 안 가볼 수 없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좀 숨을 할딱거렸지만 이내 전망대에 이르렀다. 고도계를 보니 44m다. 그러나 제법 사방이 탁 트였다. 송도쪽이 보이고 무의도는 물론이다. 그리고 한쪽은 인천국제공항이다. 비행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돌아올 때는 영종해안남로로 가지 않고 공항서로를 타고 그랜드하얏트호텔 앞을 지나 공항터미널로 들어왔다. 공항철도를 타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한 여직원이 튀어나와 나를 가로막았다. 예약을 했느냐고 물어 안 했다고 하니 그럼 탈 수 없다고 했다. 규정이 바뀌어 예약한 사람만 자전거를 갖고 공항철도를 탈 수 있다고 했다. 그걸 알았어야 말이지. 간청을 했다. '이런 줄 몰랐다, 한번 봐달라' 호소했다. 직원은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누군가와 통화한 다음 나와서는 이번은 통과시켜 줄테니 다음엔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터면 자전거를 두고 와야 할 뻔했다. 주말에 자전거를 갖고 공항철도를 타는 사람이 많아 공항 이용 여행객들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 보니 아예 평일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없고 주말에만 예약한 사람에 한해 가능하게 돼 있었다. 이 문제는 영종대교나 인천대교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만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데 두 다리는 자전거 탄 사람이나 보행자가 건널 수 없다. 그래서 천상 철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철도마저 봉쇄하면 어떡하나. 아쉽기 그지없다.
전에 실미도는 가보았고 소무의도도 몇 번 갔었다. 그러나 하나개쪽은 처음이었다. 그쪽에 환상적인 장소가 여럿 있었다. 이번에 무의도국립자연휴양림을 살짝 둘러보고 나왔는데 황색선이 쳐져 있다는 산책로는 걸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오라는 뜻 같다. 무의도에 볼 게 많다. 관광해상탐방로는 참 근사하고 그 위 산에 나 있는 산책로도 훌륭하다. 무의도를 새로 발견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