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은 무슨 뜻일까
우리나라 형법 제64조 제1항에는 '단행'이라는 꽤 생소한 말이 있다.
그런데 '단행'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일반인 또는 법조인이 과연 있을지 궁금하다. 국어사전에 단행은 네 가지가 올라 있는데 單行, 短行, 端行, 斷行이 그것이지만 그 어느 것도 위 제64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제64조의 단행은 '但行'으로서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형법 제62조에 다음과 같이 '단'이란 말이 있었기 때문에 쓰인 말이다. 즉 '단'이라는 예외 조건이 있는 행이라 해서 '단행'이라 한 것이다.
그런데 형법 제62조는 2010년에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다.
이때 '단'이 '다만'으로 바뀌었다. '단'이나 '다만'이나 뜻은 같지만 이왕이면 순우리말인 '다만'으로 바꾸었으니 잘됐다. 그렇다면 제64조에 쓰인 '단행'은 다른 표현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았을까. 일테면 '단서'나 '예외' 같은 말로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단행(但行)'은 국어사전에 없는 희한한 말인데 '단'이 조문에서 사라진 뒤에까지 '단행'이 법조문에 남았다. 이런 내력을 아는 사람이야 '단행'이 '단서'라는 뜻을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제62조 단행의 사유'에서 '단행'이 무슨 뜻인지 몰라 골똘히 생각하고 헤맬 게 뻔하다.
법조문은 판검사, 변호사 같은 법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일반인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64조를 읽고 ''제62조 단행의 사유'가 무슨 뜻인지 알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몇 사람이나 될지 무척 궁금하다. 우린 말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 법이 암호문이 돼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