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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12. 2023

난해한 법조문


제200조의4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제200조의3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는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4 제1항이다. 여기에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을 되풀이해서 읽어 보지만 뜻이 쉽사리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모르겠다. 판검사, 변호사들은 쉽게 이해하는지...


이 문장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청구' 때문이다. 청구가 두 번 쓰였는데 '검사의 청구'에서는 검사가 청구하는 것이고 '청구하여야 한다'의 '청구'는 사법경찰관이 하는 것이다. 그러니 도대체 누가 청구한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법조문이 친절하지 않다. 한번에 쉽게 이해하게 하려면 '사법경찰관은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해달라고 검사에게 신청하여야 한다.'라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왜 우리나라 법조문은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놓아 두고 읽고 또 읽게 만들까. 여러 번 읽어서 이해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무리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법조문이 이런 식이니 소송을 직접 하고 싶어도 법조문을 이해하지 못해 '나 홀로 소송'을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법을 알아야 그에 따라 소송을 할 게 아닌가. 


이런 난해한 법조문은 비단 일반 국민에게만 어려운 게 아니라 법조인들에게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법조인들이라고 그 많은 법조문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입니다. 그들도 필요하면 당연히 법조문을 들여다 본다.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건 일반 국민뿐이 아닐 것이다. 법조문 현대화가 시급하다. 친절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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